[한경 포럼] No Jobs, No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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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로는 일자리 못 만들어…정치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10년 전 우리에겐 스티브 잡스,밥 호프,자니 캐시가 있었다. 지금은 잡스(Jobs · 일자리)도,호프(Hope · 희망)도,캐시(Cash · 현찰)도 없다. "
세계에서 1만7000여명이 공유할 만큼 페이스북에서 화제인 글귀다. 2003년 타계한 유명 코미디언 밥 호프와 팝가수 자니 캐시에다 스티브 잡스까지 넣어 패러디했다. 나라가 망할 지경인 그리스에서 한 블로거가 올렸는데,정작 본인 창작이 아니며 자기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일자리도 희망도 없는 젊은이 수십만명이 지난 주말 80여개국,1500여개 도시에서 '봉기'했다. 분노하는 99%가 부유한 1%를 공격하는 형태다. 아프리카 저개발국들만 잠잠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50년대 앵그리영맨과 비트제너레이션,60년대 히피와 68세대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품평까지 나왔다.
모두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누가 이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월가의 탐욕인가,부유한 1%인가,무능한 각국 정부인가. 아니면 그 전부인가.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궁박하기에 한풀이가 필요했다. 월가 점령(occupy)시위는 그렇게 출발했다. 하지만 50~60년대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당시엔 경제호황의 토대 위에 벌어진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반문화 · 반체제 운동이었다. 지금처럼 먹고사는 게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업을 공격한들 일자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줄어들 판이다. 20만명이 로마에 운집했던 이탈리아에선 간판기업 피아트가 기업하기 힘들어 공장을 해외로 옮기려 하고 있다. 한국에 비유하면 현대차 울산공장이 해외로 탈출한다는 것과 같다. 세상 이치가 뻔하지만 시위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에선 점령시위가 일단 큰 탈 없이 지나갔다. 명분없는 수입집회란 비판에다 공격할 주적(主敵)도 모호했다. 재벌 견제란 명분 아래 투기자본 유치에 앞장섰던 시민단체나 노동귀족 소리를 듣는 강성 노조들로선 시위에 앞장서기 계면쩍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88만원 세대에 이어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지금 20대는 청소년기에 외환위기로,사회에 나갈 시기엔 잇따른 글로벌 위기로 고통을 겪는 세대다.
우리 사회의 분노는 커지지만 이를 제어할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선거의 해인 내년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꾼들이 더욱 활개칠 게 뻔하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같은 형용모순적 선동과 허황된 일자리 약속도 난무할 것이다.
내 탓은 사라지고 남 탓만 가득한 분위기 속에 20대에게 안철수의 한마디가 복음이 되고 '나는 꼼수다'는 카타르시스가 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라지만,젊은이들의 가슴에 분노만 가득하다면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 20~30대가 투표장에 덜 나오길 고대하는 한나라당이다. 노인들은 투표 안 하셔도 된다던 민주당과 한치도 다를 바 없다. "변화할 수단을 갖지 못한 국가는 보존을 위한 수단도 없다"는 에드먼드 버크의 지적을 되새길 때다.
세계에서 1만7000여명이 공유할 만큼 페이스북에서 화제인 글귀다. 2003년 타계한 유명 코미디언 밥 호프와 팝가수 자니 캐시에다 스티브 잡스까지 넣어 패러디했다. 나라가 망할 지경인 그리스에서 한 블로거가 올렸는데,정작 본인 창작이 아니며 자기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일자리도 희망도 없는 젊은이 수십만명이 지난 주말 80여개국,1500여개 도시에서 '봉기'했다. 분노하는 99%가 부유한 1%를 공격하는 형태다. 아프리카 저개발국들만 잠잠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50년대 앵그리영맨과 비트제너레이션,60년대 히피와 68세대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품평까지 나왔다.
모두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누가 이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월가의 탐욕인가,부유한 1%인가,무능한 각국 정부인가. 아니면 그 전부인가.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궁박하기에 한풀이가 필요했다. 월가 점령(occupy)시위는 그렇게 출발했다. 하지만 50~60년대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당시엔 경제호황의 토대 위에 벌어진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반문화 · 반체제 운동이었다. 지금처럼 먹고사는 게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업을 공격한들 일자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줄어들 판이다. 20만명이 로마에 운집했던 이탈리아에선 간판기업 피아트가 기업하기 힘들어 공장을 해외로 옮기려 하고 있다. 한국에 비유하면 현대차 울산공장이 해외로 탈출한다는 것과 같다. 세상 이치가 뻔하지만 시위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에선 점령시위가 일단 큰 탈 없이 지나갔다. 명분없는 수입집회란 비판에다 공격할 주적(主敵)도 모호했다. 재벌 견제란 명분 아래 투기자본 유치에 앞장섰던 시민단체나 노동귀족 소리를 듣는 강성 노조들로선 시위에 앞장서기 계면쩍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88만원 세대에 이어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지금 20대는 청소년기에 외환위기로,사회에 나갈 시기엔 잇따른 글로벌 위기로 고통을 겪는 세대다.
우리 사회의 분노는 커지지만 이를 제어할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선거의 해인 내년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꾼들이 더욱 활개칠 게 뻔하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같은 형용모순적 선동과 허황된 일자리 약속도 난무할 것이다.
내 탓은 사라지고 남 탓만 가득한 분위기 속에 20대에게 안철수의 한마디가 복음이 되고 '나는 꼼수다'는 카타르시스가 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라지만,젊은이들의 가슴에 분노만 가득하다면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 20~30대가 투표장에 덜 나오길 고대하는 한나라당이다. 노인들은 투표 안 하셔도 된다던 민주당과 한치도 다를 바 없다. "변화할 수단을 갖지 못한 국가는 보존을 위한 수단도 없다"는 에드먼드 버크의 지적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