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불법운영을 신고하는 이른바 학파라치에 대한 포상금 지급 범위와 기준 등을 설정한 학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침으로 운영되던 학파라치 제도를 이제 법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불법 개인과외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 인상됐다. 오로지 사교육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목표 지상주의에 눈이 멀어 이제 학파라치들에게 아예 법적인 멍석까지 깔아준 것이다.

지금까지 학파라치들이 보여준 행태만도 상상을 초월한다. 학부모로 위장한 뒤 학원 상담 내용을 은밀히 녹취해 신고하는 수법은 007 영화에서 나오는 작전을 무색케 한다. 포상금이 연간 1억원을 넘고,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받은 것까지 합치면 2년간 3억원을 번다는 소문도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파라치를 길러내는 전문학원들이 생겨나고 전용 교재까지 개발되고 있다. 2001년 교통법규 위반자를 신고하는 '카파라치'에 이어 쓰레기 투기를 고발하는 '쓰파라치'가 등장하는 등 이제는 온갖 종류의 파파라치 세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 무슨 나치나 스탈린 시대도 아닌데 누군가가 나를 고발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그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수는 없다. 전국민을 고발자로 만드는 이런 일은 법 정신이나 정의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이것은 내부 고발과도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리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은 조직에 대한 충직 의무와 충돌하는 개인의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파파라치 제도는 그런 차원도 아니다. 오로지 행정 편의를 위해 고발권을 상업화하고 있을 뿐이다.

법치주의의 골격은 목적이 아닌 수단과 절차의 정당성에 있다. 이를 앞장서 지켜야 할 정부가 학원의 불법을 때려잡겠다고 고발 장사권을 내준대서야 말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