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류경호텔, 24년 만에 '명물'로 환골탈태
평양 보통강 유역에 자리잡은 지상 101층짜리 류경호텔이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변신하고 있다. 1987년 첫 삽을 떴지만 경제난으로 건설현장이 십수년간 방치되면서 얻었던 '거대한 흉물 덩어리'라는 오명은 옛날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이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사진을 보면 이제 외장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모습이다. 2008년 공사가 재개된 지 3년6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촬영됐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대북소식통은 "류경호텔 공사장 주변에 차량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조경사업을 비롯한 내부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전했다.

북한 당국은 내년 4월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호텔을 일부 개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객실을 비롯한 부대시설은 25층까지 개장하고 꼭대기층의 전망대도 함께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은 "전망대를 개장하면 주요 안보시설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당국이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류경호텔의 건축과정은 평양 경제의 부침 과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으로,평양의 옛 별칭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80회 생일인 1992년 완공을 목표로 1987년 공사를 시작했다. 프랑스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였다. 1987년 착공 당시 기준으로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이었다.

그렇지만 공사비용 체불과 계약 불이행이 거듭되면서 1992년 공사를 담당한 프랑스 업체가 전면 철수했다. 북한을 덮친 경제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도심 한가운데에 방치되면서 류경호텔은 '지상 최대의 쓰레기더미'라는 오명을 얻었다. 또한 북한의 경제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류경호텔에 변화의 기회가 생긴 것은 2008년 4월이다.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 건설비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16년 만에 공사가 재개된 끝에 이달 호텔은 일부 개장할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진척됐다. 류경호텔이 완공되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과 로즈타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호텔로 기록된다.

대북소식통은 "평양의 모든 시계는 2012년 4월 강성대국을 출발하는 시점에 맞춰져 있다"며 "류경호텔 개장은 그중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호텔은 평양 10만가구 건설 등 도시정비사업과 함께 북한 후계자 김정은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업적으로 대내외에 선전될 부분인 만큼 내장공사 역시 호화롭게 추진할 것이라는 게 대북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