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군산조선소의 딜레마
"정규직을 더 늘려달라는 게 잘못된 얘기입니까. "(군산 시민) "1조원 넘게 투자하고 5000명가량 고용을 창출했는데,우리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현대중공업)

18일 기자의 전화에 불이 났다. 이메일도 쏟아졌다. 본지에 실린 '1조 투자하고 뺨 맞은 군산조선소(18일자 A1 · 3면 참조)'라는 기사가 나가면서다. 전북 군산시의회가 지난 주말 현대중공업에 정규직 채용 확대 등 동반성장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면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고민에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군산 시민이나 전북 도민들은 하나같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행정지원은 물론 세제혜택에 200억원의 특별지원금까지 줬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정규직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건설에 나설 때만 해도 50여개 협력사와 1만1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이 크다고 했다. 본지 기사가 기업 편을 든 게 아니냐는 항의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전화도 이어졌다. 군산시의회의 건의문 채택에 난감해 했고 섭섭함도 감추지 못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군산조선소 '포기론'을 뒤집고 1조3000억원을 투자한 뒤 수주가뭄 속에서도 정규직과 사내 · 외 협력업체 직원을 합쳐 총 5000여명의 고용을 유지해왔는데 욕만 먹게 됐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왔다. 정규직 채용 확대 요구에 대해선 "신생 군산조선소는 울산에 있던 기존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는 투입돼야 운영이 가능한데,갑자기 군산 출신 정규직 수를 늘릴 수 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곰곰이 따져 보면 어느 한 쪽 잘못만은 아니다. 세계적 불황 여파로 조선시황이 나빠지고 선박 수주가 감소하면서 일감마저 줄어 계획대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원인이다.

'군산조선소 딜레마'는 다른 기업과 지역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서로 생채기를 내기보다는 기업과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들엔 이미 동반성장위원회나 시민단체(NGO)와 같은 '훈수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