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의 3분의 1이 국내 대다수 유명 브랜드 매장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5% 이하의 판매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 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하를 종용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품 업체의 수수료까지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수수료 인하 적용 대상 업체 수를 당초안보다 50% 이상 확대한 수정안을 마련,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매출 기준 상위 8개 해외 명품 및 8개 국내 유명 브랜드 업체의 백화점 판매수수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 명품업체가 입점한 169개 매장 중 55개 매장(33%)의 수수료율이 15% 이하이고,49개 매장(29%)은 16~19%인 것으로 파악됐다.

명품업체들이 부담하는 최대 수수료율도 25%를 넘지 않았다. 조사 대상 매장 중 36개 매장(21%)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1~4%포인트까지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2개 명품업체는 판매금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기존 수수료율에서 최대 8%포인트까지 차감받았다.

반면 국내 유명 브랜드는 입점 매장 총 315개 가운데 수수료율 19% 이하는 33개 매장(10%)에 불과했다. 이 중 수수료율이 15% 이하인 매장은 한 곳이었고 나머지는 이보다 높았다. 전체 매장의 62%에 달하는 196개 매장은 30%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브랜드 매장은 인테리어 비용 부담과 계약 기간에서도 해외 명품업체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에는 입점 또는 매장 변경 시 인테리어 비용을 전부 또는 45% 이상 대신 부담해주지만 국내 매장에는 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도 해외 명품은 최소 3년이지만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1년으로 거래 안정성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백화점 3사는 이번 조사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다양한 요율을 적용하는 등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판매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며 "명품 업체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식으로 조사 결과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이날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낸 기존 방안에 비해 적용 대상 중소 업체를 50%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 신세계도 조만간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체들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벌여 수수료 인하 혜택이 더 많은 중소 업체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오상헌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