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다 차려진 밥상 걷어차는 바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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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미 FTA 반대 자기기만…한나라당 왜 당당하지 못한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끝장토론이란 말이 무색하다. 논제에 대립적 견해를 갖는 양측이 서로 의견을 내놓고 공감대를 찾는 게 토론의 목적이다. 일치된 결론까지는 아니라도 논리적으로 상대를 납득시키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제 주장만 하고 남의 얘기에는 귀를 막으니 토론은 불성립이다. 천박한 한국의 토론문화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 얘기다. 찬반의 극명한 시각차만 드러내다 끝장은커녕 반대 측 토론자들의 퇴장으로 2시간 만에 중단됐다.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18일 국회 외교통상위도 야당의 회의장 점거로 FTA는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다시 끝장토론을 한다지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시간 끌기일 뿐이다. 남은 것은 치고받는 몸싸움이다.
4년 반을 끌어온 한 · 미 FTA의 미국 비준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우리 국회도 결판을 내야 할 순간이다. 내년부터 협정을 발효시키려면 이달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 입씨름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손해 보는,준비 안 된,부자중심,주권침해 FTA'라며 비준 불가를 외치고 한나라당은 미적미적이다.
민주당은 재협상으로 인한 이익균형 훼손을 이유로 재(再)재협상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반(反)이명박이고 한 · 미 경제동맹의 판을 깨자는 억지다. 자신들의 집권시절인 2007년 타결시켰던 원래 협정과 지난해 말의 재협상 내용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자동차의 미국 수입관세 철폐시기가 4년 미뤄진 게 손해다. 자동차에서 많이 내주고,돼지고기와 복제의약품 등에서 조금 얻어낸 건 맞다. 이걸 핑계로 농업 금융 서비스 등 다른 분야까지 모두 다시 협상하자고 들고나왔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현대 · 기아차의 셈법은 그게 아니다. 관세철폐 유예로 작게 잃더라도,하루빨리 협정이 발효돼야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교역질서가 확실해지고 시장 선점과 판매 확대의 큰 이득을 얻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재재협상론의 근거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10+2 협상안' 대부분이 그렇다. 다른 모든 상품의 양허일정 조정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는 한 · 미 FTA의 근본적 부정(否定)이고,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사안인 '중소상인 보호장치',글로벌 스탠더드인 '투자자 국가제소조항(ISD)' 폐지 등 FTA와 무관한 주장 일색이다. 무엇보다 예전에 그들이 조율하고 합의했던 걸 뒤집자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처음부터 FTA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FTA 찬가(讚歌)를 불렀다가 처지가 바뀌었다고 부정하는 건 비겁하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과거 "한 · 미 FTA는 불가피하다. 미국시장을 넓히는 것이 국익"이라고 했다가,지금 "한 · 미 FTA는 제2 을사늑약"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놀라운 자기기만이다.
한 · 미 FTA에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일본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시장에서 한국에 선수를 뺏겨 자신들이 불리해지는 데 대한 두려움과 조급함 때문이다. 그런데도 손익계산마저 못하는 우리의 바보들은 기껏 다 차려진 밥상이나 걷어찰 궁리에 몰두하고 있다.
FTA의 가장 큰 목적은 수출 확대이고 효과도 이미 검증됐다. 우리는 수출로 이만한 나라를 이뤄냈고,더 큰 나라가 되는 길 또한 끊임없이 시장을 넓히는 데 있다. "토끼는 한 평 풀밭만 있으면 되지만 사자는 너른 광야가 필요하다"는 한덕수 주미 대사의 말,그것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숙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 미 FTA는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다들 구차한 핑계로 우물쭈물하기만 할 뿐 조금도 솔직하지 못하다. 그들 정권시절 작품인 한 · 미 FTA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더 이상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한 올바른 선택 앞에서 왜 당당하지도 단호하지도 못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 얘기다. 찬반의 극명한 시각차만 드러내다 끝장은커녕 반대 측 토론자들의 퇴장으로 2시간 만에 중단됐다.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18일 국회 외교통상위도 야당의 회의장 점거로 FTA는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다시 끝장토론을 한다지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시간 끌기일 뿐이다. 남은 것은 치고받는 몸싸움이다.
4년 반을 끌어온 한 · 미 FTA의 미국 비준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우리 국회도 결판을 내야 할 순간이다. 내년부터 협정을 발효시키려면 이달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 입씨름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손해 보는,준비 안 된,부자중심,주권침해 FTA'라며 비준 불가를 외치고 한나라당은 미적미적이다.
민주당은 재협상으로 인한 이익균형 훼손을 이유로 재(再)재협상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반(反)이명박이고 한 · 미 경제동맹의 판을 깨자는 억지다. 자신들의 집권시절인 2007년 타결시켰던 원래 협정과 지난해 말의 재협상 내용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자동차의 미국 수입관세 철폐시기가 4년 미뤄진 게 손해다. 자동차에서 많이 내주고,돼지고기와 복제의약품 등에서 조금 얻어낸 건 맞다. 이걸 핑계로 농업 금융 서비스 등 다른 분야까지 모두 다시 협상하자고 들고나왔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현대 · 기아차의 셈법은 그게 아니다. 관세철폐 유예로 작게 잃더라도,하루빨리 협정이 발효돼야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교역질서가 확실해지고 시장 선점과 판매 확대의 큰 이득을 얻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재재협상론의 근거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10+2 협상안' 대부분이 그렇다. 다른 모든 상품의 양허일정 조정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는 한 · 미 FTA의 근본적 부정(否定)이고,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사안인 '중소상인 보호장치',글로벌 스탠더드인 '투자자 국가제소조항(ISD)' 폐지 등 FTA와 무관한 주장 일색이다. 무엇보다 예전에 그들이 조율하고 합의했던 걸 뒤집자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처음부터 FTA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FTA 찬가(讚歌)를 불렀다가 처지가 바뀌었다고 부정하는 건 비겁하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과거 "한 · 미 FTA는 불가피하다. 미국시장을 넓히는 것이 국익"이라고 했다가,지금 "한 · 미 FTA는 제2 을사늑약"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놀라운 자기기만이다.
한 · 미 FTA에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일본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시장에서 한국에 선수를 뺏겨 자신들이 불리해지는 데 대한 두려움과 조급함 때문이다. 그런데도 손익계산마저 못하는 우리의 바보들은 기껏 다 차려진 밥상이나 걷어찰 궁리에 몰두하고 있다.
FTA의 가장 큰 목적은 수출 확대이고 효과도 이미 검증됐다. 우리는 수출로 이만한 나라를 이뤄냈고,더 큰 나라가 되는 길 또한 끊임없이 시장을 넓히는 데 있다. "토끼는 한 평 풀밭만 있으면 되지만 사자는 너른 광야가 필요하다"는 한덕수 주미 대사의 말,그것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숙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 미 FTA는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다들 구차한 핑계로 우물쭈물하기만 할 뿐 조금도 솔직하지 못하다. 그들 정권시절 작품인 한 · 미 FTA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더 이상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한 올바른 선택 앞에서 왜 당당하지도 단호하지도 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