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과감한 재정위기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럽 전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오는 23일 재정위기 해법 '데드라인'을 남겨놓은 유럽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간이 없는 만큼 초강력 처방을 써야 한다"(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과감한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로존 2위 경제대국 프랑스의 신용강등 위험이 커지면서 한때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2조유로 규모로 키우는 방안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프랑스와 독일이 2조유로 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평사,유럽 '융단폭격'

신평사 '유럽 강등' 융단폭격…유럽기금 2조 유로 확충 검토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18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1'으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재정위기를 해결할 믿을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도 이달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P는 이날 BMPS,UBI방카 등 이탈리아 중소 은행 24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달 들어 3대 신평사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을 비롯해 영국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주요 은행에 무차별적인 '강등 폭탄'을 투하했다.

이어 신평사들은 프랑스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무디스는 이날 "프랑스의 AAA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경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10년물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 간 금리 차는 역대 최고치(112bp)를 기록했다.

◆유럽기금 조단위로 커지나

은행들이 그로기 상태로 몰리면서 '과감한 대응책'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가디언은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기금을 현재의 4400억유로에서 2조유로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판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집권연정 대표단에 '기금 규모가 1조유로는 돼야 재정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기금 확대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가디언 보도 직후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부는 "기금 확대에 합의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논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이는 그동안 유럽기금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독일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주요 은행의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로 높이고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민간부문의 손실부담 비율도 기존 21%에서 30~50%로 높이는 등 '종합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마두 알타파이타르디오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더 이상 위기에 단계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