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이동통신 표준기술 특허가 각국 법원에서 잇달아 인정받고 있다. 향후 소송이 삼성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이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통신 표준 특허를 남용하고 있다는 애플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7월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3GPP를 통해 표준으로 인정받은 데이터 송수신 기술에 대해 해당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표준 기술이라는 명목으로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애플의 이 같은 주장을 기각함으로써 삼성전자는 통신특허 기술을 무기로 애플과의 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우에 따라 애플로부터 수조원의 로열티를 일시불로 받을 수 있어 애플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 시점에서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통신용 반도체에 활용한 자사 기술 로열티를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에 통신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인피니언과 체결한 별도 라이선스 계약이 2009년 만료됐지만 이후 인피니언이나 애플 모두 로열티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애플은 삼성전자가 최근에야 갑작스레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로열티 요구도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제3자가 합당한 대가를 치르면 통신 표준 기술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FRAND(프랜드)' 원칙 위반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동일한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인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면서 "양측이 적합한 수준의 로열티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통신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애플에 요구한 로열티는 제품 판매가격의 2.4% 수준이다. 4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4S를 기준으로 대당 12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애플 매출이 10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은 연간 2조원 정도의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