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

애플이 7~9월(3분기,애플 회계기준으로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한 19일,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정도 차이로 애플을 앞질렀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결과가 나올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당초 양사의 판매량 격차는 200만~300만대 정도일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10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대의 격차'를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애플이 올해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늦추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시각도 있지만 무서운 속도로 치고올라가는 삼성의 기세가 무섭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잡스 이후 애플 첫 실적 '삐걱'

[삼성, 애플 추월했다] 삼성도 놀란 1000만대 격차…'잡스 없는 애플' 재역전 벅찰 듯
지난 7월 애플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자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애플은 3개월간 아이폰 2034만대,아이패드 925만대를 팔았다. 전분기에 비해 아이폰 판매량은 142%,아이패드 판매량은 183%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에 그쳤다. 매출과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9%와 53.5%나 늘었지만 전분기에 비해선 순이익은 10% 가까이 하락했다. 무엇보다 아이폰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애플은 2008년 아이폰3를 내놓은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올 들어서도 1분기 1860만대,2분기엔 2034만대나 팔았다. 2분기엔 노키아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 지연이 이 같은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애플은 매년 6월에 신제품을 내놓았다. 그런데 올해는 10월에 아이폰4S를 출시했다. 그것도 고객들이 고대하던 아이폰5가 아니었다. 따라서 예년 같으면 7~9월에 신제품을 살 애플 고객들이 올해는 이 기간에 제품 구매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빛의 속도로 따라잡았다

애플의 부진과 함께 삼성의 추격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도 3분기 판매량 대역전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내놓은 건 2008년 11월.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기반의 운영체제(OS)를 장착한 옴니아였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6월 옴니아2를 내놨지만 느린 동작속도,아이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애플리케이션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절치부심하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다운 제품을 내놓은 건 작년 6월.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갤럭시S'였다. 삼성 내에서 갤럭시S는 '급조된 물건'으로 불렸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자 개발인력을 총동원해 불과 6개월 만에 만들어낸 제품이란 점에서다. 최고의 부품을 모아 하드웨어 성능을 극대화시켰다고 자부했지만 갤럭시S는 소프트웨어 문제로 출시 이후 19차례나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일부의 혹평에도 갤럭시S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2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격하는 주춧돌이 됐다. 작년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의 점유율로 애플(13.5%)에 크게 뒤처졌던 삼성전자는 4분기엔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를 5.5%포인트로 좁혔다. 올해 2분기엔 1%포인트로 그 격차를 더 줄였다. 애플 추격전에 속도를 더한 건 지난 4월 내놓은 갤럭시S2였다. 갤럭시S2는 출시 5개월 만에 글로벌시장에서 1000만대나 팔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에 애플을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격차로 앞선 건 갤럭시S2의 공이 컸다"고 설명했다.

◆격차 벌어질까,좁혀질까

시장의 관심은 4분기에 삼성전자와 애플 가운데 누가 이길지에 쏠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 14일 판매하기 시작한 아이폰4S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폰4S는 출시 사흘 만에 400만대 이상 팔렸다. 작년에 출시한 아이폰4의 사흘치 판매량(170만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아이폰4S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환상적"이라며 "연말 휴가시즌까지 강력한 모멘텀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그러나 삼성전자의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제품 라인업이 좋다는 점이다. 애플은 한 가지 모델로 1년 이상을 끌고 가지만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만 갤럭시S2 LTE에 이어 갤럭시노트,갤럭시 넥서스를 내놨다. 신흥시장용 보급형 스마트폰(갤럭시Y 등)도 곧 출시한다. 여기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전방위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큰 버팀목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4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명/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