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아픔·추억…'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무지개빛 사랑
'날 저물면 산그늘 내려오듯/제 가슴에 서늘한 산 그림자 하나 생겨났습니다. /그 그림자 나를 덮어오니/큰일입니다 (중략) 뜨거워서/날이 갈수록 뜨거워져서/내 몸이 델 것 같은데,/인자 나는/참말로/큰일 났습니다. '('큰일' 중)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63)가 새 시집 《속눈썹》(마음산책)을 내놓았다. 2002년 《연애시집》 이후 9년 만에 낸 연시집(戀詩集).64편의 사랑시를 엮었다.

1982년 '섬진강'으로 등단한 후 그는 자연과 농촌을 질박한 시어로 그려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솔직한 언어로 사랑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다.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울림이 큰 시들이 가득하다. '산그늘 내려오고/창밖에 새가 울면/나는 파르르/속눈썹이 떨리고/두 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온답니다. '('속눈썹' 전문)

그는 "이번 시집은 사랑의 길이 써준 시의 집이다. 바람 부는 들길을 지나 해질녘에 찾아든,따뜻한 새집.속눈썹이 떨렸던 날들….그 연애의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간결한 시어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은 깊고도 뜨겁다.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 /돌아누우면 멀리/뜨는 달/사랑은/그렁그렁한/한 방울 환한/하늘의/눈물이구나. '('눈물' 전문)

시집은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부터 달콤한 순간,이별의 아픔,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을 한눈에 보여준다. '처음 본 날 웃었지요. /먼 데서 웃었지요. "('처음 본 날' 중) "너는/내 마음속/가장 어둔 곳을/살짝 치켜세운/속눈썹 같은/한 송이 꽃이었다네.'('한낮의 꿈' 중)

자연의 생태를 관찰하는 시인답게 자연에 빗대어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홍매 피는/선암사에 갑니다. /꽃이 지는 매화나무 아래에서/당신 생각 하겠어요. /하나 둘 셋 넷/지는 붉은 꽃잎이 땅에 닿기 전에/내 마음 실어/그대 곁으로/날려 보낼랍니다. '('당신 생각' 전문)

안도현 시인은 추천사에 '《속눈썹》이 내는 사랑의 목소리는 사랑의 대상을 향한 잔잔하고 수더분한 고백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자가 어쩌지 못하고 터뜨리는 과격하고 무모한 신음소리로 구별된다'며 '이 시집을 읽고 위안과 평화를 얻었다는 이보다 시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하는 이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