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DC가 실리콘밸리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부상했다. 정부에 대한 로비를 위해 로비업체들이 각종 연방정부 청사가 위치한 워싱턴으로 진출하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기업 간 특허소송이 증가하면서 법원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에 거주하는 변호사의 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의 평균소득은 8만4523달러(9572만원)로,미국 도시 중 1위에 올랐다. 애플,시스코 등 IT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가 속한 새너제이는 지난해 소득이 0.8% 감소,8만3944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렸다. 지난해 미국 도시의 평균 소득은 5만46달러였다.

블룸버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과 금융개혁을 추진하자 관련 로비업체들이 워싱턴에 많이 진출하면서 평균소득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글로벌 기업 간 특허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연방법원 및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있는 워싱턴에 변호사들이 늘어난 것도 소득증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연방 공무원의 임금 증가도 한몫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2011년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정부지출은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을 제외하고 2조380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3.4%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 워싱턴은 미국에서 변호사 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미국 변호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의 변호사는 거주자 12명당 1명꼴이었다. 뉴욕시는 123명당 1명,캘리포니아는 243명당 1명 수준이었다.

로비스트도 워싱턴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는 주요 직업군으로 꼽혔다. 지난해 워싱턴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1만2964명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많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지출된 로비 비용은 2009년 34억9000만달러보다 0.5% 증가한 35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 8월 현재 워싱턴의 실업률은 6.1%로 미국 평균 실업률 9.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바버라 랭 워싱턴 상공회의소 의장은 "월스트리트가 K 스트리트(워싱턴 중심 도로)로 옮겨왔다"며 "워싱턴의 로비산업과 변호사업은 불황에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