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시장이 바라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과 관련해 각종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EU 정상회담에서 결정적인 해법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러 차례 바닥을 다진 코스피가 향후에도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에 점진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EU 정상회담에서 EFSF 2조유로 확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그리스 국채 헤어컷(민간채권단의 손실률) 상향 비율이 소폭에 그칠 경우 시장은 환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악은 그리스 국채 헤어컷 비율만 대폭 상향되는 경우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2조 규모의 안정기금 레버리지 증액안이 현실화된다면 유럽 문제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 금융기관들이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노출된 대외 익스포저는 2조2000억유로"라며 "만약 안정기금이 2조원까지 증액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2500억유로와 더해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준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아직 성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FSF 증액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의 반대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에 80억유로 지원이 기정 사실화됐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와 별개로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 놓을지 이번 회의의 칼자루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의 총리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서 연구원은 또 "그리스 채권이 100% 손실을 입게 된다는 가정하에서는 520억유로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빠른 조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부담을 많이 져야하는 국가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기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독일 수상이 했던 말은 시장이 기대하는 최선의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는 '마지막은 아니지만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23일 이후 시장은 재차 냉정함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코스피지수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은행 구하기'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후 지수가 이미 전환점은 돌아섰다는 판단에서다.

서대일 연구원은 "유럽 문제는 '서프라이즈' 보다는 점진적인 해결 방식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23일 회의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내달 3일 ECB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 유동성 및 금융시장 안정 대책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독일과 프랑스가 큰 그림을 그렸을 당시 이미 증시 전환점은 생겼다"며 "EU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등은 큰 방향을 위해 조금씩 정책을 만들어가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따라서 EU 정상회담 결과에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며 "코스피의 강력한 반등은 힘들겠지만 1900선까지는 더딘 속도로 꾸준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