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정보기술)주들이 20일 기관의 사자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IT주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았던 기관이 실적 개선 기대감에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1시 4분 현재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보다 3.49% 오른 7690.86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0.33% 오른데 이은 이틀째 급등세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3.6% 오른 9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9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6일 2일 이후 4개월 20여일만이다.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 하이닉스, 제일모직 등이 2~6%대 오르는 동반강세다.

이같은 전기전자업종의 강세는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593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전기전자업종은 2500억원 어치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투신이 전기전자업종을 1560억원 어치 사들이고 있다.

기관은 LG디스플레이를 30만주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 LG전자,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전자 등도 많이 매수했다. 외국인은 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SDI 등을 많이 사고 있다.

김종옥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 부장은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기관 쪽 매수세가 부각되는 것은 '선조정 후 바닥 확인' 인식 때문"이라며 "앞서 많이 비워놓은 포트폴리오에 일부를 다시 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불안한 업황 전망에 그동안 전기전자업종 비중을 낮게 가져갔던 운용사들이 반도체 시장이 바닥에 진입했다는 점,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에 다시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그러나 "IT주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일부 기관에서 오버히트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시장 수준에 못 미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최근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IT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IT 산업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기기의 확산을 계기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의 메이저 업체들은 세 영역을 아우르는 공통된 형태의 새로운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통해 자체적인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하드웨어 매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클라 우드 컴퓨팅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국내 IT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위기 요인이긴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 이전까지는 모바일 기기의 고성능화, 중저가 모바일 기기의 확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국내 IT 하드웨어 업체들에 대한 지나친 할인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IT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 대중화의 주체이자 최대 수혜주라며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26% 상향조정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2012년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시현할 것"이라며 "이는 2012년 D램 부문의 완만한 업황 회복, 낸드 부문의 안정적 실적, 시스템LSI 성장, 휴대폰 부문의 확대된 수익, LCD 부문의 손익분기점 회복, 아몰레드(AMOLED) 부문의 양호한 실적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부문 업황 회복과 갤럭시S2, TV 판매 호조 등으로 2011년 4분기 영업이익도 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4조2000억원 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과의 소송전으로 부품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던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핵심부품 공급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2011년 삼성전자 매출액 중 애플 제품 비중은 5.0%(8조2000억원)로 추산되고 영업이익 기여도는 10.4%(1조6000억원)로 추산된다"며 "직접적 기여도 측면에서 단일회사로는 최대 규모이고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확대를 함께 주도한다는 정성적인 부분에서도 애플은 삼성전자가 통신 부문에서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사 간에 진행되고 있는 소송의 경우 삼성전자가 보유한 통신 관련 특허를 감안할 경우 결국엔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