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유럽과 미주 금융시장을 피해 일본에서 엔화표시 채권(사무라이본드)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사무라이본드 발행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올 들어 사무라이본드의 발행 건수는 64건에 달한다"며 "역대 최대치였던 2008년의 65건을 올해 경신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정보회사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1~9월 일본에서 발행된 사무라이본드의 총 발행액은 1조6700억엔(25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사상 최대였던 2008년의 1조8900억엔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 포스코가 414억엔 규모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엔 멕시코 통신회사와 북유럽 금융회사 등도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어 발행 건수뿐만 아니라 발행 규모 면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의 자금조달처는 주로 구미 금융시장이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금 수요가 일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올 3분기(7~9월)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채권 발행액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줄었고 유럽도 5% 이상 감소했다.


◆ 사무라이본드

외국 기업과 정부가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다른 외국 채권과 달리 엔화로 발행하기 때문에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없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