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절반은 향후 1년 내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 합병(M&A)에 나설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회계감사 ·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은 지난 7월 초부터 두 달간 연 매출이 2억5000만달러 이상인 세계 1000여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글로벌 재무 신뢰 지표(GCCB)'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언스트앤영은 기업들의 투자 의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2009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GCCB 조사를 하는데,이번 조사에선 국내 기업 44곳을 처음으로 설문 대상에 포함했다.

설문에 참여한 국내 기업 매출은 △100억달러 이상 16% △50억~100억달러 14% △10억~50억달러 27% △5억~10억달러 25% △2억5000만~5억달러 18%로 구성됐다고 언스트앤영 측은 설명했다.

설문에 응한 한국 기업의 50%는 '향후 1년 내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세계 기업 전체 응답률 41%보다 9%포인트 높은 것이다. '향후 1년간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고 응답한 국내 기업 비율도 52%로,전체 응답률(49%)을 웃돌았다. 잉여현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성장을 위한 투자(57%) △차입금 상환(29%) △배당 지급 · 자사주 매입(각 7%) 순으로 답했다. 매출 확대 등을 위한 해외 투자처로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 전망에 대해선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글로벌 경기는 향후 악화(43%)되기보단 현 수준에서 안정되거나 개선될 것(58%)으로 보는 경영자들이 많았다. 한국 경제도 안정(41%) 또는 개선(32%)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이 악화(27%)보다 많았다. 국내 기업의 34%는 '향후 1년 내 자산 매각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했다.

유홍렬 언스트앤영한영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경험을 근거로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 속에서도 M&A 등 성장 지향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