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신작 '흑산' 에는 특별한 주인공 없어" …왜?
'남한산성'의 김훈 작가가 4년 만에 역사 소재 소설 '흑산'(학고재)을 발간했다.

김훈은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신작 '흑산'을 발표했다. '흑산'은 1800년대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 절벽을 바라보며 연필로 꼼꼼히 작품에 대한 구상을 했다.

김 작가는 신작 집필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인근 선감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5개월 동안 칩거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흑산'은 천주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종교적 믿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천주교 박해 사건은 조선시대 근대화 과정을 겪은 지식인과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일 뿐이다.

김 작가는 "천주교 신앙은 속세와 관련된 부분으로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중인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천주교 순교자인 황사영이다. 하지만 작가는 양반 지식인, 배교자, 하급관원, 어부, 노비 등 여러 계층의 사람 20여명을 등장시켜 주인공 비중을 줄였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인물군이다.

작가는 "인간 현실에서는 어차피 누구나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정약전의 주인공 자리를 박탈시켰다" 며 "앞으로도 소설에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는 많은 순교자도 나오고 그보다 더 많은 배교자도 나온다" 며 "인간 영혼의 불멸성 등을 향해 목숨 바친 사람, 그런 것들을 버리고 현세 삶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덧붙였다.

책의 표지에는 '가고가리'라고 이름 지은 생명체가 흑산도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담겨져있다. 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꿈꿨던 도덕과 자유, 사랑이라는 목표와 만나는 미래에 대한 모습을 그려냈다.

김훈은 "'가고가리'는 새, 배, 물고기, 말 등을 합성한 것으로 진화의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생명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