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TV사업 대폭 축소…삼성ㆍLG에 밀리자 '백기'
소니와 함께 일본 TV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파나소닉이 TV용 패널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PDP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효고현 아마가사키 제3공장 가동을 연내 중단하고 지바현에 있는 LCD TV용 패널 공장은 매각하기로 했다.

아마가사키 공장은 세계 최대 PDP패널 공장으로 월 33만장(42인치 기준)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파나소닉의 이 같은 결정은 지금까지의 TV-패널 일관생산 체제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패널은 외주 조달하고 TV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중을 늘려 생산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패널 생산중단 및 공장매각 방침에 따라 파나소닉이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나소닉은 지난 4월에도 전체 임직원의 10%가 넘는 4만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파나소닉은 한때 전 세계 PDP TV 시장의 50%를 차지할 만큼 강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올 2분기에도 PDP TV 시장에선 40.5%의 점유율을 차지해 삼성전자(28.4%)와 LG전자(22.8%)를 크게 앞섰다. 2000년대 초반 대다수 TV 업체들이 LCD TV에 주력하는 동안 PDP TV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 결과다.

파나소닉은 PDP TV 수요가 줄어들자 2006년부터 대형 LCD TV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작년 7월엔 히타치의 LCD 패널 자회사인 IPS알파테크놀로지 경영권을 인수해 PDP에 이어 LCD TV사업 비중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한발 앞서나간 삼성전자 LG전자와의 경쟁은 힘겨웠고 수익성도 좀체 개선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3년 연속 막대한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2분기 LCD와 PDP 등을 포함한 전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2.4%와 14.9%의 점유율을 올리는 동안 파나소닉은 9.3%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 합계는 파나소닉 소니 샤프 도시바 등 일본 TV 4사(社) 점유율 합계보다 높다.

설상가상으로 파나소닉은 세계 최대 PDP TV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올해 1 · 2분기 연속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에 이어 LED,3D,스마트TV 등을 내놓으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데 비해 파나소닉은 갈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PDP TV에 너무 집착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파나소닉의 TV사업 축소로) 한때 세계 시장을 주도한 일본의 TV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니가 2000년 중반 삼성전자에 '세계 TV 1위' 자리를 넘겨준 데 이어 'PDP TV 최강자'인 파나소닉마저 위기에 몰렸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소니는 지난 8월 LCD TV의 올해 판매 목표치를 2700만대에서 2200만대로 하향 조정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