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구제역 터지면 다 잘린다"
찬바람이 불면서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가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에게 구제역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여러 차례 지시하는 등 총력 체제에 돌입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와 같이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하는 악몽이 재연될 경우 부처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보고 구제역 예방에 '올인'하기로 했다.

서 장관은 최근 1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고 "모든 직원이 구제역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취약 지역은 직접 간부들이 내려가 챙기라"며 사실상 비상체제를 선언했다.

농식품부는 초동 대응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 돼지 등 347만두가 살처분된 구제역 파동이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장관 사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데도 지난 6일 '조류 인플루엔자(AI) ·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했다. 국경 검역과 국내 방역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오는 25일부터는 가상 방역훈련도 지방자치단체와 열기로 했다.

백신 예방 접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전국 모든 소와 돼지에 국내에서 발생했던 O형 바이러스에 대한 단일백신 접종을 마쳤다. 지난달부터는 중국 동남아에서 자주 발생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혼합백신(O형,A형,Asia1형)도 추가로 접종하고 있다.

방역을 주관하는 지자체에 책임을 물리는 방안도 강화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구제역 예방 접종 실시 현황 및 추진 강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각 시 · 도가 예방 접종에 협조하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을 인사 조치하고 교부금을 삭감해달라고 총리실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농식품부가 구제역에 올인하는 건 구제역이 재발하면 최근 안정세로 돌아선 소와 돼지 가격이 다시 폭등하면서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구제역에 쏟아부은 돈만 3조원"이라며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 다 잘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올해도 국지적으로는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예방 접종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가 있는 데다 한국과 대만만 모든 소와 돼지에 예방접종을 한 만큼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융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은 "구제역이 발생하더라도 작년과 같은 대규모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