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 시행
내년부터 휴대폰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일반 음식점의 메뉴별 가격표시처럼 품목별 휴대폰 가격을 알 수 있게 된다. 휴대폰 가격이나 요금제에 대한 정보 부재나 매장과의 협상력 부족으로 인해 세칭 '바가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지식경제부는 모든 휴대폰 매장을 대상으로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별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게시하도록 하는 '휴대폰 가격표시제 실시 요령'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휴대폰 가격 표시제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용자들이 대개 2년인 약정 기간 통신요금과 함께 납부하는 단말기 구입 할부금액을 합산해서 표시하고,이를 모든 고객들에게 같이 적용하라는 얘기다. 이른바 '할부 원금' 액수 공개제도인 셈이다. 최우석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각 판매점이 휴대폰을 판매할 때 어느 정도 할인해주는지를 공개적으로 알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선 판매점 '장난' 줄어든다

현재 휴대폰 유통은 제조업체가 이동통신사에 넘긴 제품이 도매상인 '대리점'과 소매상인 '판매점'을 거쳐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각종 보조금이 더해진다.

먼저 이동통신사는 2년 이상 약정을 조건으로 할부지원금(판매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판매점은 제조업체 · 이통사 · 대리점이 제공한 '리베이트(판매보조금)'를 이용해 재량껏 가격을 낮춘다.

가령 80만원짜리 휴대폰에 할부지원금이 10만원이고 리베이트가 20만원일 때 판매점은 리베이트 가운데 5만원을 갖고 남은 25만원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용자들은 '할부 원금' 55만원을 2년간 분할해 내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판매점이 이용자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판매점은 주부나 노약자 등 제품과 요금제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지급 액수를 최소화하면서 이득을 챙긴다. 또 약정 기간 할부로 휴대폰 가격을 내야하는 요금제를 공짜인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지경부가 이날 휴대폰 가격표시제 시행을 발표한 것은 휴대폰 유통구조의 이 같은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가 규제 효과도 기대

이 제도가 실시되면 이용자들은 미리 표시된 가격대로 휴대폰을 구입하게 된다. 또 요금제 속에 숨은 할부 원금을 비교할 수 있게돼 '공짜'라는 선전에 낚여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도 줄어들 전망이다. 매장별로 가격을 비교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사실상 판매가격 최고가를 규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휴대폰 구입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뽐뿌' 등에서는 "(판매점의) 호객님(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양산이 확 줄겠네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통사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리베이트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일선 판매점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경부의 이 같은 대책이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액수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 데다 실질적인 강제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고시를 어기는 판매점들에 대해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고 지방자치단체에 감독권도 부여했지만 수많은 판매점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