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가 오는 24일 우유값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대형마트의 1ℓ들이 흰우유 가격이 당초 예정가보다 50원 내려간 2300원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유통 및 우유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서울우유가 제시한 ℓ당 소매가 200원 인상안(판매가격 235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날 서울우유 측에 이를 통보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마트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3사가 서울우유 인상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경쟁사인 농협 하나로마트가 1ℓ 우유값을 서울우유가 제시한 2350원보다 낮은 2300원에 팔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1ℓ들이 우유가격을 50원이나 더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가격인하 요청을 받은 농협은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 우유 판매가를 낮추기로 지난 18일 결정했다.

대형마트는 우유값 인상폭을 낮추면서도 유통마진은 줄이기 어렵다는 자세를 보였다. 단순한 가격결정 과정만 본다면 우유업체가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우유 납품가격을 내리라는 의미다.

우유업체들은 이에 대해 "납품가 138원 인상은 최소 인상폭"이라고 강조했다. 138원 인상분은 다른 생산 부대비용 및 물류비 등의 인상요인은 포함하지 않은 채 지난 8월16일 오른 원유(原乳 · 가공 이전단계의 우유)값 인상폭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측은 납품가를 손대지 않는 대신에 우유업체가 대형마트의 각종 행사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유통마진을 보전해 주기 위해 대형마트의 물류비나 입간판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판매가가 내려갈 경우 우유업체들이 고민하는 대목은 동네 슈퍼마켓 등 소매점 판매가격이다. 소매점은 바임파워가 약한 데다 예외없이 대리점을 거쳐 제품을 공급받고 있어 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 비해 1ℓ 우유가 50원가량 비싸게 팔린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 가격 인상폭만 낮추게 되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가격 격차는 100원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소매점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철수/송태형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