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 증권사의 임직원들은 보름째 회사 인근에서만 밥을 먹는다. 감사원 직원들이 언제 호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야근하는 횟수도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감사원은 산은지주 자회사인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인프라자산운용 등 4곳과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투자증권 IBK캐피탈 IBK자산운용 IBK연금보험 IBK신용정보 IBK시스템 등 6곳에 대해 지난달 29일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중 일부 회사에 대해 감사기간을 1주일간 연장하겠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증권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도 별도 감사를 진행 중이다.

피감대상 경영진들은 '영업에 지장은 없느냐'는 질문에 "감사를 받는 회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낀다. 하지만 내심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피감대상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금융거래 내역을 보기 위해 모든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며 "감독원 검사와 중복될 뿐 아니라 감독원 검사에서도 혐의가 있는 특정 개인이나 부서를 중심으로 조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원이 금융 공기업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감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증권사에 대한 감사원의 현장 감사는 공기업 금융지주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감사에 나서는 것이 적법하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한 피감대상 회사의 노조위원장은 "감사원 논리대로라면 영업직원들은 자본시장법과 회사 매뉴얼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영업에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에 따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식을 소유한 회사에 대해서는 지분율과 상관없이 선택적으로 감사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계획한 감사 일정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좌동욱/서정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