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원유ㆍ재건사업 잡아라…프랑스ㆍ영국ㆍ이탈리아 '패권 전쟁'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0일 사망하면서 리비아의 자원 개발과 재건사업을 놓고 세계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리비아 시민군을 지지하며 군사 개입을 주도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는 물론 리비아를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로 삼으려는 중국과 러시아가 물밑에서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리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443억배럴(세계 9위)이고 내전이 일어나기 전 하루 생산량은 160만~180만배럴(17위)이었다.

◆카다피 축출에 앞장선 프랑스 주목

서방 국가 중 리비아 내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한 나라는 프랑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주저할 때 카다피군에 대한 공습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인정한 최초의 서방국가도 프랑스다. 프랑스는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재건회의 의장국을 맡으며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 대한 큰그림을 주도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회의에는 세계 63개국이 참여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리비아 내전을 '사르코지의 전쟁'이라 칭하며 "프랑스의 아랍세계 영향력 강화는 물론 자신의 정치력을 회복할 기회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 8월 리비아 동결 자산을 해제한 뒤 이 중 일부인 2억1200만달러를 NTC에 보내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 돈이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이 시작됐을 때 시칠리아섬 공군기지를 시민군에 제공한 이탈리아도 '지분'을 내세우고 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최근 "합법적인 새 정부가 리비아 전역을 통제하면 기존 계약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뒤늦게 반카다피 선언

서방국가들의 리비아 군사 개입을 반대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NTC에 뒤늦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함락하자 늦게나마 NTC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했다. 중국은 내전 발발 이전 리비아에서 원유 개발,사회 기반시설 건설,엔지니어링 등 약 50개 분야에서 188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러시아도 NTC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카다피 정권 당시 합의했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등 리비아 현지 사업 이권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브라질 역시 국영 에너지 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2005년 지중해에 접한 리비아 북서부 해상유전 개발권을 따내 석유를 생산해 왔다.

하지만 시민군이 새롭게 세운 석유회사 아고코의 대변인 압델잘릴 마유프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회사들과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중국 러시아 브라질과는 약간의 정치적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이 나라들을 석유개발권 경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기훈/이태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