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은 호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여행지다. 시드니보다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해 '호주의 문화수도'로 불린다.

극장과 갤러리,공연장 등이 호주에서 가장 많다. '오페라의 유령''빌리 엘리어트' 등 대형 뮤지컬이 연중 공연된다. 서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0만명에 불과한 시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문화에 적극 투자하고 공공 부문도 지원해주기에 가능하다.

멜버른은 '미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3000여개의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전 세계 미식가를 유혹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호주산 스테이크 요리를 비롯해 파스타,수제 햄버거 등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와인도 싼 가격에 음미할 수 있다.

커피문화도 발달해 있다. 시내 곳곳에 카페 골목이 형성돼 있다. 노천 카페가 즐비한 거리는 마치 유럽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카페거리는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 여행객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제격이다. 이들만으로도 멜버른은 좋은 여행지의 조건을 갖췄다. 200년이 채 안 된 역사의 도시로서는 드문 경우다.

멜버른의 도시 분위기는 우아하고 낭만적인 느낌이다. 전체 면적의 70%가량이 공원이다.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야라강도 운치가 있다. 폭 좁은 강 위에는 유람선이 다닌다. 강변 카페에 낙조가 드리우면 호젓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암스테르담 등 일부 유럽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트램이 시내를 관통하는 것도 이채롭다. 유럽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도 많다. 멜버른 여행의 이정표 격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왕조 시대에 지어진 노란색의 고풍스러운 건물이다. 고딕 양식의 세인트폴 대성당,호주 최대의 세인트패트릭 성당,200만권 이상의 장서를 갖춘 빅토리아주립도서관,화려한 꽃잎 무늬의 코린트 양식으로 지어진 빅토리아주 의사당 등은 19세기 유럽 건축을 보여준다. 하얀 철탑(115m)이 솟구친 아트센터,로댕과 무어의 조각이 야외에 비치된 국립미술관 등은 파격적인 현대건축물들이다. 특히 고풍스러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옆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진 멜버른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려준다.

남반구에서 최고층이라는 88층짜리 유레카타워를 관람하는 체험도 인상적이다. 꼭대기 층의 유리박스는 10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건물 바깥으로 스르르 움직여 나아간다. 그러면 발밑 300m 아래의 거리 풍경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테마파크들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다. '필립아일랜드'는 펭귄과 물개,바다표범 등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타고숲속을 달리는 '퍼핑빌리',19세기 금광 마을을 보존한 '소버린힐&밸러랫' 등도 온가족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도 구경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에서 서쪽 해안도로로 243㎞ 구간의 해안선을 자동차로 6시간 동안 달리는 코스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하다 보면 바닷가에 기묘하면서도 위엄있게 자리한 '12사도 바위'가 나온다. 해안에서 뚝 잘려진 큼직한 바위들이 엄숙한 사도처럼 서 있다. 수천년간 파도와 비바람에 침식돼 돌기둥들이 무너져내린 탓이다. '12사도 바위' 주변을 헬기로 10~30분간 돌아볼 수 있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해안의 침식 지형을 살펴보는 관광상품이다. 탑승 시간에 따라 미화 100~400달러.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의 장관을 몸소 체험하려면 91㎞ 구간의 트레킹 코스를 걸어본다. 제주도 올레길처럼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남반구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 팁

멜버른은 19세기 골드러시 때 생긴 도시다. 도시 서쪽 100㎞ 지점인 밸러랫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든 결과 호주에서 가장 복합적인 문화와 생활양식을 보유하게 됐다. 여행객들이 가진 정보에 따라 즐길거리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자세한 여행 관련 정보는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02-752-4138)에서 얻을 수 있다.

대한항공이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캐세이패시픽항공,싱가포르항공 등은 시드니와 홍콩 등을 경유하는 여객기를 띄운다.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8개 여행사가 이 지역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멜버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