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를 마치고 지구 주위를 배회하던 독일 뢴트겐 위성의 잔해 일부가 지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리가 이 잔해에 맞을 확률은 매우 낮고 전례도 없지만, 위성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위성은 원심력 형태로 작용하는 추력과 지구 중력이 평형을 이룰 때 계속 궤도를 따라 돈다. 그러나 고도 1000㎞ 정도까지는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고도에서 도는 위성은 대기 마찰 및 저항 때문에 추력이 소진되고 점차 고도가 낮아져 추락하게 된다. 이 과정은 임무 종료 후 수주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

반면 1000㎞ 이상 고도를 도는 위성은 이론적으로 수천년 동안 궤도를 안정적으로 돌 수 있다. '천리안' 등 지구 상공 3만6000㎞ 궤도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권 진입시 위성 잔해물은 순간적으로 총알보다 20배가량 빠른 속도로 돌진한다. 이 때 잔해물은 주요 부위 온도가 용융점보다 높아져 녹거나 대기 마찰로 인해 미세한 파편으로 산산조각나고, 연료나 고압가스 등은 폭발한다. 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도는 대부분 74~83㎞로 알려져 있다. 다만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티타늄 등으로 만들어진 일부 부위는 살아남아 지구까지 도달할 수 있다. 1997년 미 델타 로켓 2단이 낙하해 250㎏짜리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와 45㎏짜리 추진실, 고압구 등이 땅에 떨어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위성 잔해물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잔해물의 대기권 진입 시점을 예측할 때 오차는 ±10%로 알려져 있다. 잔해물 돌진 속도가 초속 7㎞ 이상임을 감안할 때 수초에서 수분만 예측이 어긋나도 수십 ~ 수천㎞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만약 잔해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해당 위성을 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관련 국제협정도 있으나 사고 사례가 없어 아직 적용된 적은 없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장은 "지구상의 한 사람이라도 위성 파편을 맞을 가능성은 2000분의 1, 한국 국민이 피해를 입을 확률은 100만분의 1, 지구의 특정 개인이 파편을 맞을 확률은 1조분의 1보다 낮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위성 추락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