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TV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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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60년 미국 대선 때 공화당의 닉슨 후보는 민주당의 케네디에 줄곧 앞서갔다. 누구도 닉슨의 낙승을 의심치 않았으나 TV 토론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면에 비친 닉슨은 지치고 무능해 보인 반면 케네디는 젊고 잘생긴 데다 패기만만해 보였다. 토론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두 후보의 이미지에서 판세가 갈렸다.
1980년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이던 카터가 쓴맛을 봤다. 무소속 앤더슨 후보의 토론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긴 카터는 레이건과의 양자 토론을 고집하면서 출연을 거부했다. NBC방송은 카터의 의자를 비워 놓은 채 레이건과 앤더슨의 토론을 진행했다. 카터에게 4%포인트 뒤지던 레이건은 토론 후 지지도가 치솟으며 단숨에 선두로 나섰다. 결국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는 평을 듣던 레이건이 당선됐다.
TV토론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치밀한 콘티를 짜고 리허설을 하지만 자칫하면 실수가 나온다. 매끈하게 질문하고 대답한다고 해서 꼭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1984년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과 맞붙은 먼데일은 대단한 달변으로 토론 때마다 화려한 공약을 쏟아냈다. 반면 레이건은 감세와 자유로운 기업활동 등 몇몇 내용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런데도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나중에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니까 투표장에서 레이건의 공약은 생각났지만 먼데일이 한 말은 너무 많아서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엔 세련된 모범생 이미지의 앨 고어와 어딘지 '촌티'가 풍기는 부시가 격한 토론 대결을 벌였다. 정치평론가들은 고어가 더 능숙했다고 입을 모았으나 유권자들 사이에선 부시의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나경원 박원순 후보도 20일 중앙선관위 토론회까지 네 차례 TV 토론을 했다. 그러나 정책 공약이나 신상 검증 모두 미진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 후보 측이 제안한 '끝장 토론'을 박 후보 측이 거부했다고 한다. 어떤 매체,어떤 방식이든 박 후보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데도 성사되지 않았다.
유권자는 숨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후보는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물론 정책이나 비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더구나 두 후보 모두 토론 때마다 시간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끝장 토론 무산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1980년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이던 카터가 쓴맛을 봤다. 무소속 앤더슨 후보의 토론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긴 카터는 레이건과의 양자 토론을 고집하면서 출연을 거부했다. NBC방송은 카터의 의자를 비워 놓은 채 레이건과 앤더슨의 토론을 진행했다. 카터에게 4%포인트 뒤지던 레이건은 토론 후 지지도가 치솟으며 단숨에 선두로 나섰다. 결국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는 평을 듣던 레이건이 당선됐다.
TV토론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치밀한 콘티를 짜고 리허설을 하지만 자칫하면 실수가 나온다. 매끈하게 질문하고 대답한다고 해서 꼭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1984년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과 맞붙은 먼데일은 대단한 달변으로 토론 때마다 화려한 공약을 쏟아냈다. 반면 레이건은 감세와 자유로운 기업활동 등 몇몇 내용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런데도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나중에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니까 투표장에서 레이건의 공약은 생각났지만 먼데일이 한 말은 너무 많아서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엔 세련된 모범생 이미지의 앨 고어와 어딘지 '촌티'가 풍기는 부시가 격한 토론 대결을 벌였다. 정치평론가들은 고어가 더 능숙했다고 입을 모았으나 유권자들 사이에선 부시의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나경원 박원순 후보도 20일 중앙선관위 토론회까지 네 차례 TV 토론을 했다. 그러나 정책 공약이나 신상 검증 모두 미진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 후보 측이 제안한 '끝장 토론'을 박 후보 측이 거부했다고 한다. 어떤 매체,어떤 방식이든 박 후보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데도 성사되지 않았다.
유권자는 숨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후보는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물론 정책이나 비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더구나 두 후보 모두 토론 때마다 시간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끝장 토론 무산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