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조정이라는 무기로 경제위기를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판단,규제에 나선 것이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 중인 회원국에 대해서는 신평사가 등급 평가를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S&P 등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국채는 물론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시장에 충격을 준 것에 대한 EU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에 대한 신평사들의 등급 발표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 규제안'은 다음달 초 나올 전망이다.

규제안은 신평사의 등급 조정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국가가 EU 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하고 있을 때는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국제기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나라의 등급도 발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평사들의 등급 조정이 금융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FT는 "지난 1년간 신평사들은 재정위기에 빠진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위기를 키워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신평사를 바꾸도록 하는 내용도 규제안에 포함됐다. 특정 회사에 대한 평가를 계속하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P 등 빅3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계된 주택저당증권(MBS)에 최고등급(AAA)을 유지해 2008년 금융위기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