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중진급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난항을 겪고 있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한 · 미 FTA 비준 협조를 구하기 위해 통화한 야당 중진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재형 국회부의장,우윤근 법제사법위원장,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 5명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당내 반대가 있겠지만 합리적 선택을 좀 해달라"며 "중소기업이든,농촌 문제든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는 이를 수용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농업의 위기라고 하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시설 보완이나 중소기업 기술지원,특히 연구 · 개발(R&D)에 투자해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내년 1월1일부터 집행하려면 빨리 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절차는 갖춰놓고 반대했다"며 "내가 미 의회 상 · 하원에서 합동연설할 때 한 · 미 FTA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나는 반대했지만,축하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야당도 (비준 표결에서는) 반대하더라도 (절차를 밟을 수 있게) 설득을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한칼에 처리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렇게 하면 될 일도 안된다"며 "너무 서두르는 사람들을 막아 달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또 "통상조약의 절차 및 국내 이행에 관한 법률을 만들지 않으면 중소기업,중소 · 영세상인 등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법을 만들더라도 한 · 미FTA로 사문화돼 버린다"며 "속도전으로 밀어붙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홍 부의장은 "이익균형이 무너져 버렸다"며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이날 이틀째 '한 · 미 FTA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이달 중 한 · 미 FTA 비준동의안과 이행법률안을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