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후보 김용덕ㆍ박보영 씨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54 · 사법연수원 12기)과 박보영 변호사(50 · 16기)가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21일 제청됐다. 김 차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통판사 출신이고,박 변호사는 비(非) 서울대와 여성몫이 배려된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다음달 20일 퇴임하는 박시환(58 · 12기),김지형(53 · 11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 차장과 박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대법원이 발표했다.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두 사람은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김영란 전 대법관,전수안 대법관에 이어 사법사상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전남 순천 출신인 박 후보자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7년 법관 생활을 시작,서울가정법원에서 세 차례 근무하고 2004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가사소송 전문이다. 법관 재직 시절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실태조사' 논문을 발표,전업주부 재산분할 비율을 50%까지 확대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변호사 활동 중에는 '이혼숙려제'도입 이전부터 의뢰인에게 사무실에서 치료상담을 받으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혼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 이혼소송과 제도개선에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박 후보자는 세 자녀를 모두 대안학교에 입학시키는 등 교육에 관심이 크다. 남편이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여 출가(出家)에 뜻을 두면서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익힌 녹차 마시기가 취미이며,당뇨치료에 도움을 받은 이후 108배를 즐긴다.

서울 출생인 김 후보자는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했고,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온화하고 친화력있는 성품에다 합리적인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춰 법원내 신망이 두텁다.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엘리트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법원행정처에서 연구심의관,법무담당관,기획담당관,법정국장 등으로 재직해 사법행정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4년3개월이나 지냈고,'민법 주해''주석 민사집행법'을 공동 집필하는 등 법리에도 밝다는 평이다. 양 대법원장도 한때 회원으로 있었던 법원 내 엘리트 판사들의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이었으며 상사법무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반정부 활동을 한 미얀마인을 난민으로 인정하고,원진레이온 근로자 후유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등 소수자 보호에도 관심이 높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대법관 2명 인사에 이어 내년 7월 임기가 끝나는 박일환(60 · 5기),김능환(60 · 7기),전수안(59 · 8기),안대희(56 · 7기) 대법관까지 취임 1년 만에 6명을 교체하게 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