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김포공항 인근에 문을 여는 '롯데몰 김포공항'.멀리서 바라보면 비행기 한 대가 곧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하늘 길을 여는 공항이라는 주변특성을 반영해 국내 최대 규모의 13만2231㎡ 녹지를 배경으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를 비행기 날개처럼 형상화했다. 중심에 있는 쇼핑몰 건물은 비행기 엔진 모양을 시각화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변의 시설물이나 자연 풍경을 경관 요소의 일부로 활용하는 차경(借景)기법을 채택한 건축물이 늘고 있다.

차경기법은 건물이 들어서는 부지 특성을 외관 디자인에 반영해 건축물이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도록 한다.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차경기법으로 건물을 지으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면서 눈에 잘 띄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밋밋한 디자인의 건물보다 가치평가액도 높다"고 설명했다.

차경기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물은 '롯데몰 김포공항'을 비롯해 의암호를 배경으로 지어지는 '춘천 창작개발센터',거제 해양특구에 조성되는 '대명리조트 거제' 등이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모든 건물의 외곽 스카이라인이 사선으로 배치됐다. 비상하는 비행기 모습을 연상케 하기 위한 설계다. 쇼핑몰 내부에도 자연적 요소를 최대한 도입했다. 쇼핑몰이 지하 1,2층에 있지만 건물천장을 유리로 시공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다. 야자수 벤자민 등 7m 높이의 나무들과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초화류 벽면도 들어선다.

강원도 춘천 의암호 옆에 짓고 있는 '춘천 창작개발센터'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음표 모양이다. 창작 정신을 상징하기 위해 차경 기법을 썼다. 건물 내부는 지상에서 옥상 전망대까지 완만한 계단으로 연결돼 의암호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옥상과 2,3층 중앙은 정원이 꾸며지고 지상주차장은 잔디와 나무가 우거진 녹색광장으로 지어진다.

거제해양특구에 들어서는 '대명리조트 거제'도 차경기법을 채택해 거대한 범선과 돛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리조트 단지 전면은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다.

조인환 롯데자산개발 디자인팀장은 "자연과 건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차경기법은 과거보다 녹지가 적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의 건축물에 필수적"이라며 "롯데몰 김포공항은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외관 디자인으로 김포공항이라는 주변 녹지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차경(借景)기법

멀리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신축 건물의 경관 구성 재료의 하나로 이용하는 건축기법.부지 주변 특성과 외관 디자인의 조화로 건물이 눈에 잘 띄어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