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軍복무 '화이트 해커' 양성…11대1 경쟁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사이버 전사가 되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안웅찬 세종과학고 2학년 졸업예정자)

21일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학교 한켠에 위치한 연병장에서 앳된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체력 검사를 받고 있었다. 얼핏 사관생도 응시자들로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화이트 해커(정보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다. 고려대에서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을 뽑는 사이버국방학과 수시 모집에 응시한 학생들인 것.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에 걸친 합숙을 통해 인적성 검사와 기초 체력 검정,심층 면접 등의 전형절차를 밟는다.

◆7년 의무복무 규정에도 응시율 높아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고려대와 국방부가 함께 만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학생 전원에게 4년 동안 100% 장학금이 주어진다. 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장교로 임관해 국방부 산하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군 내 정보보안 관련 부서에서 7년 동안 의무 복무를 하게 된다.

학과 커리큘럼도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학년은 예비장교로서 각종 기초 이론과 기본 소양을 배우게 되고 2학년부터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고급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3학년 때는 고급 정보보호 이론과 기술을 배우고 4학년이 되면 사이버전쟁 전문가 과정을 이수해 사이버보안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실전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대학 관계자는 설명했다. 암호학과 사이버 무기 제작,사이버 심리전,디지털 관련 법률 등 다양한 융복합 학문도 배우게 된다.

올해는 수시모집 20명과 정시모집 10명 등 총 30명을 뽑는다. 수시모집 경쟁률은 11.65 대 1 수준으로 무척 높았다. 이날 체력검사 현장에서 만난 이윤지 양(19 · 한성과학고 3학년)은 "대다수 해커가 남성이지만 여성으로서 차별성을 살리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이버戰 대응 발맞춰야"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버 세계는 육 · 해 · 공을 넘어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며 "사이버국방학과 신설을 통해 이 같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등장한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이름의 악성파일은 원자력,전기,철강,반도체,화학 등 주요 산업 기반 시설의 제어 시스템에 침투해 한 국가의 산업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우리 국방부의 대응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사이버사령부를 출범시켰고 중국도 같은해 인터넷 기초총부라는 사이버사령부를 만들었다. 영국 역시 지난해 국가 사이버 보안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역 장성을 사이버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사이버 공격 무기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임 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사이버 전쟁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고려대를 시작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보안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학과가 늘어나야 더 많은 인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