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조만간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10개 국내 지점을 인수한다. 양측은 이르면 다음주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HSBC의 한국 내 소매금융 부문 인수를 위한 비밀유지협약(non-disclosure agreement)을 최근 HSBC와 체결했다. 산은은 HSBC로부터 국내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제공받아 인수를 위한 검토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소매금융 부문을 정리하려는 HSBC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산은도 수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강한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SBC 관계자도 "다음주 초에 MOU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수가격에 대한 접근도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SBC 국내 소매금융 부문의 6월 말 기준 자산은 2조8000억원이며 예수금은 2900억원이다. 서울에 6곳(서울역 삼성 압구정 서초 방배 광장),경기(분당) 인천 대구 대전 부산에 1곳씩 총 11개 점포를 두고 있다. 직원 수는 224명이다. 산은은 11개 점포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10곳의 점포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HSBC 서울지점의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하면 현재 60개인 지점 수는 70개로 늘어난다.

산은으로서는 지점망 확대뿐만 아니라 부유층 고객을 대거 흡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HSBC가 그동안 국내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프라이빗뱅킹(PB) 중심으로 영업해온 만큼 산은이 추구해온 VIP 고객 마케팅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했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들어 "점포 수가 적다는 게 오히려 우리의 강점"이라며 "점포 수를 무작정 늘려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인수 · 합병(M&A)에 나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