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재건 '140조원 特需'…석유ㆍ가스 플랜트 수주에 집중
"리비아 건설시장 규모가 재건사업으로 커질 겁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 · 가스플랜트 분야에서 신규 공사를 수주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국내 건설사들이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맞아 1200억달러로 추정되는 리비아 재건공사 신규 수주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정부도 건설업계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나토연합군을 지휘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주요 재건공사를 따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체계적인 사전 준비와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부,재건공사 수주 지원 본격화

정부는 지난 8월 말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해외건설협회 KOTRA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구성한 '리비아 재건 태스크포스(TF)팀 전체 회의'를 오는 26일 개최한다. TF팀이 구성된 이후 정식 회의는 처음이다.

국토부는 25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신한 등 리비아 진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또 리비아 항만신도시 등 주요 기반시설 재건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에 해외 시장 개척 자금을 배정하고 이 중 30% 정도를 리비아에 신규 진출하는 기업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리비아 수주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재건시장 규모가 적지 않아서다. KOTRA는 1200억달러(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국내 업체 수주 가능 물량은 400억달러가량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32년째 리비아에서 공사 중인 대우건설은 이보다 밑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플랜트 발전소 공략하라

국내 업체들의 리비아 수주 기회가 기존보다 늘어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대형 건설사 해외사업 담당 임원은 "전기 항만 도로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이 많다"며 "그만큼 공사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비아 재건사업의 포커스는 석유화학 정유 등 플랜트와 발전소 주택 항만 도로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프랑스 등은 분쟁 이전인 지난 2월 160만배럴에서 현재 30만배럴로 줄어든 하루 평균 석유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한 복구공사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플랜트 발전소 항만공사 등에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과 도로 등은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인도 등에 밀린다는 분석이다. 권혁진 국토부 해외건설과장은 "고부가가치 플랜트 발전소공사를 수주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공사 재개 본격화

리바아에 진출한 건설사는 20곳으로 공사 계약액은 100억달러(11조원)다. 건설사들은 카다피 사망 이후 △기존 공사 재개 준비 △재건공사 수주 위한 정보 수집 △공사 미수금 및 현장 파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의 준비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직원을 리비아에 보내기보다 정보 파악과 사전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발주 주체인 새정부가 내년 하반기쯤에나 구성된다는 판단에서다. 홍기표 대우건설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조기 발주 가능한 재건공사 파악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위주로 16억2000만달러의 공사 잔액을 가진 신한은 지난 6일 직원 20명을 리비아에 보냈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측 발급 비자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이한성 신한 경영기획실장은 "NTC가 민심 안정 차원에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대거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빨리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 연말까지 100여명을 추가로 리비아에 투입할 예정이다.

조성근/김진수/김보형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