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지난 3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실적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에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1일 증시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적자 4921억원은 숫자만 놓고 '어닝쇼크' 수준이지만 충당금 추가 설정과 외화 환산 손실(2317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시장 예상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IFRS(국제회계기준) 3분기 연결 영업손실액이 4920억5200만원을 기록, 영업적자가 전분기에 이어 지속됐다고 전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4% 감소한 6조2687억원을, 순손실은 6875억18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는 영업손실 2685억9800만원, 당기순손실 2144억7000만원이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는 당사 추정치인 4900억원과 거의 유사했다"며 "내용을 뜯어보면 원래 시장에서 우려했던 상황 대비 나쁘지 않았는데 선수금 및 충당금 외화환산손실과 충당금 추가 설정에 따른 비경상적인 요인이 거의 절반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비경상손실은 주요 거래선의 장기 선수금과 가격 담합 소송 관련 충당금의 외화평가 손실이 1400억원, 가격 담합 민사 소송의 충당금 900억원을 추가 설정했다.

영업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은 수요 부진에 따른 판가 하락 지속(평방미터 당 평균 판가 전분기 대비 5.2% 하락)과 재고 축소를 위해 전분기 80% 중반이었던 가동률을 3분기 70% 중반으로 10% 포인트가량 축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연구원은 "회계적인 영업손실 확대보다 오히려 3분기에 기준재고일수를 과감하게 낮춰 향후 가동률을 올릴 발판을 마련한 것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3분기 재고자산은 2분기 대비 16%가 감소, 기준재고는 당초 35일에서 30일 미만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4분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유지했으며 현대증권은 기존 2만9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회복 가시성이 확대됐다"며 "이달부터 LCD 패널재고가 정상수준에 진입했고 패널 주문증가로 가동률도 8월 70%, 9월 75%, 10월 95%로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분기실적은 4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3분기 패널업체들의 가동률이 하향 조정(9월 전세계 LCD 패널업체 평균 가동률 69%)되면서 패널업체들의 재고 축소, 그리고 전통적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따른 소폭의 수요 증가로 인해 LCD 패널 가격은 안정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가동률은 3분기에 70% 중반까지 하락했으나 목표 재고 일수를 맞춘 상태고 일부 주문 증가가 나타나고 있어 4분기는 80%중반까지 가동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4분기 적자 규모는 1000억원 이내로 들어오고 내년 2분기부터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가근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경절 TV 판매가 예상보다 양호했던 점이 패널 재고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며 "연말부터 내년 춘절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LCD산업을 최악의 국면으로부터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내년 1분기 영업실적은 648억원의 흑자를 기록, 여섯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덧붙였다.

실적 바닥이 확인된 시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LCD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은 크게 떨어졌지만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까지 하락하면서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영업실적이 바닥을 찍고 소폭이나마 회복되는 부분이 주가에 반영될 차례"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