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LG?'…어닝쇼크에도 아몰레드 폄하 여전
20일 오후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발표회가 열린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4층 강당 한켠에는 낮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AH-IPS(일명 레티나)와 경쟁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AMOLED(아몰레드.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가 나란히 놓여진 것이다.

이달 초 LG전자의 국내 첫 4세대 스마트폰인 옵티머스LTE 스마트폰 발표회에서,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한국전자대전에서, 좀 더 멀게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권영수 사장이 주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등장했던 비교시연이 실적발표회 자리에서까지 계속됐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가지고 전력 소모량, 화면의 선명도, 색 정확도 등을 실험한 결과 AH-IPS가 AMOLED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비교시연의 요점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 보라고 비교시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애널리스트들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갖는 설명회에서 이처럼 경쟁사의 제품을 전시해 놓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관심도 잠깐. 이날 LG디스플레이는 4921억원에 달하는 분기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실적발표회장에서도 4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도대체 언제쯤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았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는 그러나 "3분기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 평가손실이 발생해 적자폭이 커졌다"며 "비경상 요인을 제외한 실질적인 영업손실은 2600억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독한 LG?'…어닝쇼크에도 아몰레드 폄하 여전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2일 열렸던 한국전자대전에서도 AH-IPS의 우수성과 AMOLED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팸플릿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이 팸플릿에는 AMOLED의 문제점 가운데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는 디스플레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있었다.

AMOLED의 과장된 색상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정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전시대전 첫 날 이곳을 찾은 권영수 사장 또한 "AMOLED의 기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실을 얘기하는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몇 번의 비교시연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오던 SMD도 상황이 이쯤되자 반박에 나섰다.

SMD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 차례 AMOLED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도 대응할 가치가 없어 가만히 있었지만, 청소년의 정서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이같은 마케팅에 대해 대해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마케팅이 도를 넘은 것 같다"며 "기술적인 방식의 차이를 마치 성능의 차이인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팸플릿 내용은 분당차병원 김선현 교수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색상이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참고해 만들었을 뿐"이라며 "단지 출처를 적지 않았다는 것이 좀 미흡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