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에 '구름 갤러리'…美LPGA "신선한 충격"
"아시아에서 메이저대회를 열어야 한다. "

미국 LPGA투어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투어'를 돌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매 라운드 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을 보면서 아시아에서의 골프 인기를 절감했다.

청야니는 23일 대만 양메이의 선라이즈GC(파72)에서 열린 선라이즈LPGA대만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양희영(22)과 아자하라 무네스(스페인)을 5타차로 제치고 시즌 7승째를 따냈다. 아니카 소렌스탐-로레나 오초아의 뒤를 이은 세계 랭킹 1위 청야니의 등장으로 이제 더 이상 아시아를 골프의 변방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선라이즈LPGA대만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갤러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야니가 플레이하는 홀은 갤러리들이 5~6겹씩 홀을 둘러쌌다. 2만여명이 넘는 갤러리가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회의 첫날 갤러리는 1만1791명,2라운드는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1,2라운드 사상 역대 최고치라고 LPGA 측은 밝혔다. 대만에서는 1999년 타이거 우즈가 조니워커클래식에 출전할 때 모였던 갤러리와 비슷했다고 한다. 1,2라운드 입장료는 하루에 한국 돈으로 3만8000원, 3,4라운드는 하루에 7만6000원을 받았다.

2주 전 스카이72CC에서 열린 하나은행챔피언십 때는 마지막날 2만3000명의 역대 최다 관중이 운집했다. 당시 최나연과 청야니는 "이렇게 많은 갤러리는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런데 청야니는 2주 만에 고국 무대에서 "티박스부터 페어웨이,그린을 감싸고 있는 갤러리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대만에서 청야니와 1,2라운드 동반라운드를 펼친 안나 노르드크비스크는 "어디와 비교해야 할지 모르겠다. US오픈과 솔하임컵(미-유럽 간 골프대항전) 같은 분위기였다"고 언급했다.

지난 7월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장에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렸을 때 외국 언론들은 갤러리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당시 3라운드 선두로 나선 카롤리네 마손(독일)과 박인비 조에는 100명 정도의 팬들이 있었고 선두권에 있던 박세리 조에는 30명도 안 되는 갤러리들이 따라다녔다.

골프전문 사이트 골프닷컴은 이런 식으로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가 계속된다면 "미국에 이어 출전 선수가 가장 많은 한국에서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미 LPGA투어는 한국 선수들이 40여명 넘게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투어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아왔다.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는 폴라 크리머,크리스티 커,모건 프레셀,수잔 페테르센 등 미국과 유럽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LPGA 내에서는 더 이상 성적이 받쳐주지 않는 선수들로 투어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를 투어의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아도 과거 한국 선수 일변도에서 대만의 청야니 등 여러 나라로 다양화해지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거들었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향후 10년 내 아시아에서 메이저대회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