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전망대'] 올 경제성장률 4%대 달성 물건너 가나
경제는 자전거와 같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굴러가야 한다.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공장을 돌려야 하는 것처럼 경제 시스템도 계속 돌아가야 한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빨리 가게 되면 제어가 어렵다. 너무 늦게 가도 안 된다. 브레이크를 잡거나 가속페달을 밟아 필요한 시점에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가장 적절한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위한 적정 속도를 잠재성장률로 잡고 있다.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4%대 초반을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3%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성장률은 4.5%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8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한다. 우리 경제가 적정 속도와 비교해 어느 국면에 처해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한국은 올해 1분기에 4.2%,2분기에 3.4%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상반기 3.8%에 머물렀던 성장률을 연간 4%대로 끌어올리려면 하반기에 최소한 4.2%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당초 목표로 잡은 4%대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3분기 성장률도 3%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이 이달 초 조사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9%였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3.7%였다.

한은이 27일 발표하는 10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에는 99를 기록,2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경기를 나쁘게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번달에도 100을 밑돌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소비자동향지수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나올지도 중요하다. 지난달에는 4.3%로 한은의 올해 물가 관리목표인 4%를 뛰어넘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번 달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부담이 될 전망이다.

28일 발표되는 9월 국제수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보는 지표가 경상수지다. 환율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외환시장은 지난 19일 한 · 일 양국 간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대형 호재 덕분에 안정세를 찾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남아있다. 8월에는 경상수지가 4억달러에 그치면서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다. 정부는 당시 여름휴가 기간 동안 수출이 대폭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9월 무역수지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여서 시장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킬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절차를 언제쯤 착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주 국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한 데 이어 버락 오마바 대통령도 21일(현지시간) 이행법안에 서명,필요한 절차를 모두 끝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임위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24일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국회에서 한 차례 더 끝장토론을 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