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사 '스마트 시대' 희비
충북 청원의 전자부품업체 자화전자(대표 김상면)에서 IR(기업설명회)을 담당하고 있는 민준식 차장(39)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이 회사가 개발한 고화소 스마트폰용 부품 '오토 포커스 액츄에이터'(AFA) 수요가 급증하면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증권가에서 IR 요구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 차장은 "휴대폰에 500만화소 카메라가 주로 장착되던 작년에는 회사를 찾는 발길이 뜸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800만화소가 대세가 되면서 일정이 꽉 차 약속을 잡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부품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자화전자처럼 과감한 투자로 스마트폰에 적합한 신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피처폰에만 의존해 온 기업들은 성장 침체의 고통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AFA는 피사체의 촬영거리와 연동해 렌즈를 미세 조정하는 카메라모듈 부품이다. 자화전자의 몸값을 높여준 기술은 센서를 활용해 렌즈를 제자리로 보내는 엔코드 방식의 AFA로 스프링 탄성을 이용한 VCM보다 정밀도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갤럭시S2에 들어가는 AFA의 절반 이상을 이 회사가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이 회사는 3분기 55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분기 대비 약 50%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2배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6% 늘어난 1650억원.

홍정모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코드 방식은 VCM의 약점을 보완한 진화한 부품"이라며 "800만화소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화전자가 확실한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간판 연성회로기판(FPCB) 기업 인터플렉스도 스마트폰 시대를 온몸으로 향유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물론 애플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에 부품을 모두 공급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은 4191억원이다. 올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약 25% 늘어난 1450억원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대가 반갑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힌지를 생산하는 쉘라인(대표 이상호)이 그런 경우다. 힌지는 피처폰,특히 한때 유행했던 슬라이드폰에 다량 채택되던 부품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이 회사 매출은 작년 상반기 475억원에서 올 상반기 145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패드도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대표 부품이다. 휴대폰 입력장치 시장에서 터치스크린이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키패드는 저가 피처폰 시장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노펙스(대표 손경익)의 관련 매출은 2008년 67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6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신 수처리 사업 등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