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대외여건 조성되면 금리 정상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금리 정상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현 기준금리(연 3.25%)가 적정 수준보다 낮아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인상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지난 21일 인천 한은연수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워크숍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는 게 중앙은행의 임무"라며 "대외 여건이 조성되면 금리 정상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유동성 축소가 필요하다. 한은과 협의하겠다"고 답변한 데 대한 한은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김 총재는 "유동성 조절의 기본은 금리"라며 "금리를 정책의 중심 변수로 쓰는 상황에서 지급준비율 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리 정상화가 쉬운 과제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금리 인하는 쉽지만 올릴 때는 항상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금융과 실물 부문의 연계가 과거와 다른 형태로 번져가고 있는 만큼 금리 정책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일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 둔화로 국내 경기도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기준금리를 4개월 연속 동결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그리스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번졌을 때 적용돼야 하는 기준을 정하는 게 어려운 것"이라며 "다음달 3,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큰 틀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큰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한은법 개정에 따른 금융회사 검사 문제와 관련해선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아닌 시스템적 위험과 관련된 내용으로 검사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한은의 책무가 커졌지만 이 때문에 조직을 늘릴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한은의 공동검사가 금융회사에 '이중 규제'로 비쳐지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금융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에 은행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금융산업 경쟁력과 위기 예방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평상시에는 0%로 하고 위기 조짐이 보이면 적정 수준으로 부과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