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공동체는 개인자율 증진시키는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잇따른 유럽 재정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일부 기업인들은 막대한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과 일자리를 잃은 서민들의 분노가 자본주의 질서의 근간인 자유주의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1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21세기 시대정신을 찾아서:공동체자유주의'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소득불평등이라도 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심각해진다면 고쳐야 하고,그 결과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증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기조 연설을 했고 장동진(연세대) 이진우(포항공대) 조호길(중국 중앙당교) 다니엘 벨(중국 칭화대 및 교통대) 김봉진(일본 기타큐슈대) 김세중(연세대) 교수가 각각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요즘 자유주의는 포퓰리즘"

박세일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20세기 집단주의와 투쟁에서 승리한 자유주의가 21세기에 와서는 국가 발전을 후퇴시키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자유주의가 공동체주의에 의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전 세계에서 보여지는 자유주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 결합해 자본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자유와 공동체적 연대를 존중하는 공동체자유주의가 새로운 대안 이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경식 서울대 교수는 "공동체자유주의는 이제 이념을 넘어서 실제 정책으로 구현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공동선 가치 고려해야"

장동진 연세대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되 과도한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유대감과 공동선에 따라 적당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시장은 국가운영과 개인생활에 막대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부작용도 일부 나타난다"며 "공동체자유주의는 인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에 기초한 새로운 시장 모델을 실험해볼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개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공동선에도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려는 덕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 기조로 제시하고 있는 공생발전도 공동체자유주의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제도적 대안 없어 모호"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는 "진정한 자유공동체는 개인의 자율을 증진시키는 공동체"라며 "핵심은 여전히 자유"라고 말했다.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의 하위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공동체자유주의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같은 자유주의의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덕성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사회가 과잉 개인주의를 우려하고 공동체주의에 의한 보완이 필요할 정도로 개인의 권리의식 보호에 투철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체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수정된 자유주의"라며 "다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공동체 중심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공동체 문화에 자유적 가치를 심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욱진/서보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