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품(?) 매장
명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솜씨를 지닌 장인이 최고의 재료로 열정과 정성을 다해 만든 완벽한 제품'이란 일반적 풀이도 있고,'최소한 7년 이상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유통 또한 제한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상품(맥킨지)'이란 해석도 있다.

'소비의 미래'를 쓴 다비트 보스하르트의 정의는 다소 다르다. 명품 대신 사치품이란 용어를 쓰는 그는'진정한 사치품의 토대는 어디까지나 상품과 고객에 대한 정중한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보스하르트의 말대로라면 국내엔 명품은커녕 제대로 된 사치품도 없는 거나 다름없다. 소위'해외 명품'이라는 고가 수입브랜드의 경우 '정중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까닭이다. 패션용품 위주의 고가 수입브랜드 시장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2%씩 성장해 지난해 4조8000억원에 이르렀다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불구,이들 수입브랜드들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백화점 입점업체의 경우 국내 업체보다 턱없이 적은 수수료에도 불구,'세일도 없고,백화점 카드 할인(5%)도 없다'고 배짱이다.

매장 직원의 태도 또한 안하무인이다. 차림이 허름하다 싶으면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불러도 못들은 체하기 일쑤다.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자존심을 긁는 것도 마케팅이라지만 그보다는'괜히 기운 빼기 싫다'처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팔고 나면 애프터서비스는 '나 몰라라'다. 국내업체 같으면 언제든 무료로 해주는 구두창 수선도 돈을 받는 건 물론 바닥이 얇아 처음부터 밑창을 덧대야 하는 수가 많은데도 한마디 설명 없이 팔곤 금세 상해 수선을 부탁하면 오히려 "조심했어야죠"라며 얼굴을 찌푸린다.

뿐이랴.루이비통 등은 매장 입구에 남자직원을 배치해 입장을 막고 줄서서 기다리게 만든다. 1 대 1 서비스라는 미명 아래 구경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직원이 꼭 붙어 있으니 둘러보기만 하고 나오기 민망하게 만드는 것도 물론이다. '봤으면 값을 해라'식이다.

한국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봉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꼴을 당하면서도'명품'이란 말에 혹해 구입하기 때문이다. 명품이란 제품은 물론 애프터서비스 까지 명품다워야 명품이다. 한국에선 비싸야 잘 팔린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의 물건엔 명품은커녕 사치품이란 말도 아깝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