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비효과’라는 말이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나비효과란 한곳에서의 작은 변화가 전달되면서 또 다른 곳에서 엄청난 파급력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좀 더 정확하게는 중고차 가격 형성에 있어서 ‘나비효과’ 현상들을 살펴보자.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늘날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개인의 취향, 차량 성능, 디자인, 구매능력 등이 구매 기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적인 트렌드, 차량 관련 세금 제도, 유가 등의 경제 상황 그리고 일정 기간 후의 중고차 가격 등 이전에는 잘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준들이 적용되고 있다. 후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요인을 고르라면 중고차량 가격이라 하겠다.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주는 가장 재미있는 요인 중 하나는 환율이다. 최근 환율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소형 상용차량(포터), 소형 승합차량(스타렉스), 소형 차종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소형 상용차종은 중고매물을 구매하지 못해 신차 수요를 확대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인지도 상승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 증대, 중동지역 중고차 딜러의 강력한 구매집단 부각, 활발해진 무역활동 등이 상호작용하며 수요가 초과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 번째로 리스, 렌터카 등 대규모 플릿차량 공급자의 출현이다. 이들 업체는 통상 3년을 주기로 차량 구매 사이클이 이뤄지는데, 특정 시기의 대량 구매 차종은 3년 뒤 혹은 일정 기간 후 중고차 시장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쉽게 예를 들어 2010년 A차량을 이들 플릿업체에서 대량구매한 사실은 2013년 해당 차량 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급 초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 번째로 기후변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만 생각해도 겨울철 잦은 눈은 4륜 차량 수요를 증대시켰다. 눈 오는 언덕길에서 고전하는 억대의 후륜 세단을 보면서 전륜차량 혹은 4륜 승용차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규 수요가 창출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고차 차량 가격 형성과 관련해 이전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여러 요인을 살펴봤는데, 이를 관통하는 원리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으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반면 더 많은 공급이 발생하면 가격은 떨어진다.

[유종수의 중고차 라운지] 중고차값 ‘나비효과’ … 환율 오르면 소형 상용차 高高
산악지역인 강원도나 경북 내륙지역은 레저용 차량(RV) 수요 공급이 더 많다. 높은 소득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서 고급 차량을 판매하는 일이 인구밀도가 희박한 농촌 지역에서의 판매활동보다 수월함은 자명한 일이다.

중고차 시장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분석이 통해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다. 차 자체만을 놓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다. 증권시장을 예측하는 마음으로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러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글로비스 중고차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