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기적'…30년 만에 노사분규 '제로'
현대중공업 새 노조위원장에 현 집행부 소속인 김진필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지난 21일 전체 조합원 1만6628명 중 8726표(득표율 56%)를 얻어 당선됐다. 현 집행부의 현장 노동조직인 온건 · 합리 노선의 노동자민주투쟁위원회(노민투) 소속인 그는 노조 산하 노동문화정책연구소장직도 맡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선거를 거치면서 노동계에서는 1981년 정부가 울산지역 근로감독을 시작한 이래 30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노사분규 없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이두철 삼창기업 대표는 24일 "울산의 노사평화는 결코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다"며 "기업 덕에 먹고사는 울산 시민들의 애뜻한 기업사랑운동에 뿌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가 울산상의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울산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해마다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노조 파업으로 협력업체는 물론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지역경제도 위축됐다. 이렇게 되자 그는 2007년 140여개 시민경제사회단체가 참여한 '행복도시 울산협의회(행울협)'를 조직했다.

행울협은 정월 대보름날 태화강 고수부지에서 범시민 노사평화 캠페인을 전개하며 현대차 노조의 파업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것도 여의치 않자 현대차 울산공장 14㎞ 담장을 인간띠로 둘러싸고 대규모 파업 철회 촉구 집회를 계획했다가 노조와 정면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에 반발한 민노총은 울산상의에 난입해 집기를 부쉈다.

이렇게 울산 시민과 '미운정고운정'이 든 현대차 노조는 2009년 중도 실리노선의 이경훈 집행부가 들어선 이래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하며 그동안 전국 노사분규의 진원지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냈다. 현대차가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1994년 한 해를 빼고 매년 벌인 파업으로 2008년까지 입은 피해는 생산차질 112만대,매출 손실 11조6682억원이다.

현대차의 노사상생은 울산지역 전체 산업현장에 노사화합의 훈풍을 불어넣는 발단이 됐다. 울산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올 들어 임단협 협상과 관련,파업을 하거나 정치파업에 참여한 노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8건, 2007년 8건, 2008년 7건, 2009년 5건, 지난해 7건 등 해마다 크고 작은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노사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노동 전문가들은 "민노총과 금속노조 산하 최대 단일노조로 과거 노동운동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현대차 노사의 화합무드 조성이 노사분규 없는 울산을 만든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로 17년째 무분규를 이어온 현대중공업 노조도 울산의 무분규 분위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도 15년째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며 지역에 상생의 노사문화를 이끌고 있다.

다만 최근 울산플랜트건설노조가 임단협 문제로 파업을 결의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중재로 노사가 재협상에 나서고 있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이채필 노동부 장관은 "울산이 노사평화를 이루는 데 꼬박 30년이 걸렸다"며 "이 과정에서 쌓인 노 · 사 · 민 간의 탄탄한 상생기반은 울산을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발돋움시키는 핵심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