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도쿄의 '反김태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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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후지TV 앞에서 1000여명이 모여 '한류(韓流) 반대' 시위를 할 때도 극우세력은 스며들었다. 표면적인 불만은 후지TV가 한류스타만 쫓아다닌다는 것이었지만,밑바닥엔 국수주의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시위 도중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고,일부는 '천황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과 극우세력의 철없는 행동으로 웃고 넘기기엔 일본 전반의 분위기가 야릇하다. 지난 주말 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일본 상 · 하원이 헌법심사회 첫 모임을 열고 각각 회장을 선출하는 등 개헌을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1947년 현행 헌법을 시행한 이래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헌법을 개정하는 절차조차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가 자민당 정권 시절인 2007년 개헌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을 공포한 데 이어 작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헌법심사회는 이런 개헌 절차의 핵심적인 기구다.
아직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개헌의 가장 폭발력 있는 주제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다. 일본 헌법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항상 70%를 웃돌던 개헌 반대 여론도 최근엔 50%대로 떨어졌다. 정치인은 여론에 민감하다. 자칫 '오른쪽'으로 치우칠 개연성이 높다.
극우주의는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 독일의 히틀러가 잉태된 토양도 전쟁으로 무너진 독일 국민의 피폐한 마음이었다. 일본은 지금 위기이고,국민은 불안하다. 전대미문의 지진이 터졌고,일본이라는 브랜드를 떠받치던 기업들은 엔고 등의 악재로 휘청거린다. 제2차 대전 패망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다잡을 키워드가 필요하고,그게 먹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우경화'는 답이 아니다. 이웃나라에도,일본 자신에게도.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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