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킨스 "5% 성장만 해도 제2 한강의 기적"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한국이 7%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5%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제2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이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원 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제세미나에서 드와이트 퍼킨스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모든 것을 잘해도 과거처럼 7%대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퍼킨스 교수는 "일본 대만 등 세계 대부분 국가들처럼 국민소득 1만~1만6000달러에서 성장률 둔화를 겪게 되는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산업구조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자본수익률이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도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경제구조 성숙과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추세적 성장률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박 장관은 "중 · 장기 성장기반이 마련돼야 고용이 확충될 수 있다"며 "서비스 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달성가능한 최고의 성장률은 얼마일까. 퍼킨스 교수는 매년 총투자율이 35%를 유지하고,총요소생산성(TFP)이 연간 3%씩 성장한다는 최상의 전제하에 앞으로 10년간 6.04%씩,이후 10년간은 4.7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적인 분석은 이보다 비관적이다. 총투자율을 과거 평균치인 30%로 하고 TFP가 연 2%씩 증가한다는 가정하에 GDP는 2020년까지 연간 4.55%씩 증가하고,이후 10년간 연간 3.2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한국이 최근 5년간 3.6%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온 것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성과"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3.4~3.6%를 지속하면 훌륭한 수준이며, 5%대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제2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4~5%대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퍼킨스 교수는 제조업은 하이테크놀로지 부문으로 잘 옮겨가고 있는 반면 서비스 부문의 낮은 경쟁력이 전반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랜달 모크 앨버타주립대 석좌교수는 "대기업과 창업기업을 균형있게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 △사회적 서비스 확대 △내수 활성화 등도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들로 제시됐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석좌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해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왔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독자적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서보미/이심기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