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자산운용사] 변동성 큰 증시, 희비 갈린 펀드성적…헬스케어·중소형株 그래도 웃었다
지난 8월 증시 급락에 많은 펀드들이 손실을 봐야 했다. 그렇지만 투자 대상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제한한 펀드들도 많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국내주식형 펀드는 -10.34%(20일 기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혼합형은 -2.25%, 국내채권형은 3.70%였다. 해외펀드들의 성적은 국내펀드보다 더 나빴다. 해외주식형 -21.06%, 해외혼합형 -12.10%였고, 해외채권형은 1.02%였다. 해외채권형이 국내채권형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해외채권형은 브라질 등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신흥국가 채권에 투자하면서 상반기까지는 국내채권형보다 높은 수익을 냈었다.

◆헬스케어·중소형주 펀드 선방

[베스트 자산운용사] 변동성 큰 증시, 희비 갈린 펀드성적…헬스케어·중소형株 그래도 웃었다
전체로 보면 올해 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개별 펀드별로 보면 성적이 크게 엇갈렸다.

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펀드들은 ‘바이오 테마 열풍’의 수혜를 받아 수익률이 높았다. 셀트리온 차바이오앤 씨젠 동아제약 녹십자홀딩스 등 주가가 많이 뛴 바이오 및 제약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씨젠은 141.65% 급등했고, 녹십자홀딩스와 차바이오앤도 각각 51.29%, 49.33% 올랐다. 다만 최근 바이오 종목들이 조정을 받고 있어 이 같은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그외 국내 주식형펀드 상위권은 중소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 차지였다. ‘삼성 중소형FOCUS 1 A’가 16.18%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자 중소밸류 A’(15.14%) ‘KB배당포커스 A’(9.53%)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해소되고, 불안한 증시환경이 계속되면서 그동안 실적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던 중소형주들로 매수세가 집중된 덕분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대형주에 몰린 것도 중소형 펀드 강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강봉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더라도 전반적인 기업이익 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도 당분간 중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면서 일정 비율은 주식에 투자하는 혼합형 상품도 하락장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주식 비중이 60~90%인 ‘주식혼합형’보다는 40% 이하인 ‘채권혼합형’이 나은 성과를 보였다. ‘KB퇴직연금배당40’(8.04%)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며 ‘우리현대차그룹과함께30증권투자신탁’도 지난 6월 초 설정 이후 주식형 펀드를 웃도는 수익률을 뽐냈다. 다른 펀드들도 주식혼합형을 제외하면 손실이 -4% 이내로 적었다.

◆해외펀드는 인도네시아·인프라·소비재·금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서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펀드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인프라, 소비재, 금 관련 펀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인도네시아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덕분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상관없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작년 6.1% 성장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6.5%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인도네시아 증시는 연초 대비 2%대 하락에 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맥쿼리글로벌인프라1 A’(0.85%)와 ‘신한BNPP Tops글로벌인프라 1 A1’(-0.82%)와 같은 인프라펀드는 도로·항만·공항 등의 시설에서 나오는 이용료와 운영비를 배당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1A’(1.92%) ‘미래에셋PanAsia컨슈머 1 A’(-1.72%) 등은 신흥국 소비 성장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 펀드도 빼놓을 수 없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금 값이 연초 1300달러에서 현재 1600달러대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금 관련 기업들의 주식은 금값이 상승한 만큼 오르지 못해 금 펀드 간에도 격차가 있었다. 해외 금 ETF나 금 선물에 투자하는 ‘KB스타골드 A’(18.60%)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 C-e’(15.02%) 등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하반기 IT·가치형 펀드 부상

하반기 들어 크게 달라진 점은 IT펀드와 가치형 펀드의 부상이다. 이들 펀드는 자동차·화학·정유주에 밀려 상반기 내내 수익률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으나, 기존 주도주의 대안으로 재평가받으면서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국내주식형 펀드가 평균 14.33% 손실을 낸 최근 3개월 동안 가치형 펀드인 ‘KB밸류포커스 A’(-4.82%) ‘KB연금가치주’(-4.96%)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 1 A’(-6.26%) ‘한국투자 중소밸류 A’(-8.15%) 등이 선방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주식형 펀드 간에도 성과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성장형 펀드를 중심으로 하면서 가치형펀드 중소형펀드 배당형펀드 등으로 분산 투자할 것”을 권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고 반등시 초과 수익률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