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최고재무책임자(CIO)는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000선까지 제시했다. 저평가돼있는 화학과 자동차 업종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고 CIO는 “내년 경제는 그리스가 질서정연한 디폴트로 가지 않는 한 극심한 경기침체로 가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지원과 긴축재정으로 유로존 국가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여건도 긍정적인 쪽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은 주택가격 회복과 고용 창출 대안에 신경을 쓸 것이고, 일본의 재건 수요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우려가 제기되는 중국 역시 급격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 균형을 찾아가면서 경기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경제는 내년에 수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내수 부양을 통해 활로를 찾아갈 것”이라며 “외환시장의 경우 외환위기와 리먼사태를 통해 안전장치를 확보한 만큼 크게 우려할 것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예정된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들도 경기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았다.

내년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봤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주가수익비율(PER) 8.5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에 머물러 있어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고 CIO는 “내년까지 주당순이익(EPS)이 최소 12% 이상 상승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대략 2000선 정도가 된다”며 “여기서 유럽의 재정위기 이슈와 미국의 경기회복 정도, 기타 국내 수급 상황 등에 따라서 주가가 형성되겠지만 제한적이나마 상승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에는 화학업종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긴축 완화와 견조한 소비 증가에 따라 화학 산업이 다시 구조적 성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도주에서 탈락해 크게 주가가 하락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졌다.

수출주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가져갈 것을 조언했다. 자동차와 부품주는 신흥 시장 중심의 수요가 호조인데다 산업 내 경쟁력이 강화된 점을 추천 이유로 들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수혜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전기전자업종은 올해 실적 부진 탓에 내년 이익 모멘텀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관련주의 실적 회복이 특히 두드러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수업종 가운데서는 인터넷과 게임주의 성장세를 예상했다. 내수 시장이 안정적이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개척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