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파울 린케 행진곡 '베를린의 공기'
독일 작곡가 파울 린케(1866~1946)의 행진곡 '베를린의 공기(Berliner Luft)'는 베를린의 비공식적 찬가다. 우리로 치면 패티 김이 부른 '서울의 찬가'쯤 될 것이다. 1899년 작곡된 오페레타 '루나 부인'의 1922년 개정판에 삽입돼 유명해졌다. 공기 풍선을 타고 달에 여행간 베를린 유명 인사들이 달나라 부인의 궁전을 발견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2만3000명을 수용하는 베를린 숲의 야외공연장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매년 6월 개최하는 발트뷔네 콘서트에서는 이 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힘차게 행진곡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몸을 흔들고 휘파람을 불며 베를린 시민이라는 행복을 만끽한다. 그들이 통일 전의 서베를린 출신이든 동베를린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덕분에 외국인 관객까지 그들과 하나가 된다.

[음악이 흐르는 아침] 파울 린케 행진곡 '베를린의 공기'
지방자치단체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보궐선거일이다. 결과에 따라 승자가 패자를 조롱하고,패자는 승자를 저주하는 그런 날이 아니라 누가 이기든 모두가 고장의 발전을 다시금 염원하고 각자 작은 씨앗이 될 것을 다짐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베를린 시민들이 행진곡 하나로 뭉치듯 말이다.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