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공장 가동률 20%…구조조정 '회오리'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태양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유럽 수요가 격감하면서 국내 주요 태양광 업체들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주문 물량이 뚝 끊기면서 생산라인이 멈춰선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태양광업체들의 연쇄 부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태양광 시장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퇴출되는 등 국내 태양광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스톱 위기'태양광 생산라인

태양전지 모듈 등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가동률은 2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락한 데다 수요마저 뚝 끊긴 탓이다.

태양전지 가격은 최근 와트(W)당 0.58달러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태양광 모듈도 연초 W당 1.59달러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1달러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연초 ㎏당 71달러였으나 최근에는 39달러대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전지는 W당 1.2달러,모듈은 1.5달러가 국내 업체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이라며 "대다수 업체들이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생산라인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가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재정위기 탓에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수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솔라앤에너지의 정호철 이사는 "올해 세계 태양광 모듈 수요는 20기가와트(GW) 안팎이지만 현재 재고물량만 20GW에 이른다"며 "세계 태양광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태풍 본격화

태양전지 생산업체 미리넷솔라가 글로벌 불황의 첫 희생양이 됐다. 적자와 빚에 쪼들리던 미리넷솔라 때문에 모기업인 미리넷이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미리넷은 미리넷솔라 채무 1318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이자를 갚지 못할 상황에 내몰리자 결국 손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불황이 장기화되면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태양광 투자도 올스톱된 상태다. 현대중공업 STX솔라 LG전자 신성솔라에너지 등 태양광업체들이 연초 세웠던 라인 증설 계획을 일제히 백지화하고 있다. 국내 1위 태양광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접었고 충북 음성공장 증설계획도 연기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