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좀 더 '창의적인 규제'는 없을까
"올 것이 왔네요. "

셧다운제 도입으로 세계적인 게임업체 블리자드사가 심야에 자사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셧다운제는 0시(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하는 법적 규제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성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 접속을 전면 차단키로 했다. 랍 브라이덴 베커 블리자드 부사장은 "특정 국가의 법률에 따르기 위해 10년 이상 유지해온 내부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인기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된 PC방 업체들은 울상이다.

물론 합의를 통해 마련된 법은 외국업체들도 따르는 게 순리다. 문제는 '한국적 상황'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를 포함해 페이스북,트위터 등 세계적인 인터넷업체들은 회원 가입 시 이용자 나이를 묻지 않아 관련 정보가 없다. 때문에 블리자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국내 서비스를 전부 차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국가가 청소년 게임 시간을 정해주는 곳도 없다. 게임 시간은 전적으로 개인이 결정한다.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들이 판을 칠 게 뻔하다.

온라인 모바일 공간이 청정 지역만은 아니다. 오프라인처럼 오 · 남용의 문제,잘못된 정보와 범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등에 대한 심의 강화 정책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것도 국내에만 있는 게임 사전심의제 때문이다. 좋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원천적으로 판로가 막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만 있는 규제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공무원들의 창의성이 규제 생산에만 쓰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꼭 필요한 규제도 경직성에서 탈피해 보다 창의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는 없을까.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