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25일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해 말까지를 '조직폭력 특별단속 및 일제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조폭 소탕에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고 전국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 경찰의 날인 지난 21일 인천에서 발생한 조폭들의 유혈난투극에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뒤늦게 조폭과 전면전에 나섰다.

◆불(不)관용 다짐한 조 청장

조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천 조폭 사태 때 현장 경찰관들이 왜 위축되고 주눅 들었겠나. 변명하자면 경찰이 조금만 뭘 해도 인권 문제로 곤욕을 치러왔기 때문"이라며 "조폭에게는 인권 문제를 내세우지 않고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不)관용 원칙 아래 조폭과 전쟁을 치르는 한편 경미하고 사소한 조직 범죄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들에게도 "소극적이거나 뒤꽁무니를 뺀다면 함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관할 경찰서장 직위해제→조폭 전담수사팀 편성→조폭 특별단속 돌입'으로 이어진 대응 수위를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이다.

조 청장은 군기잡기가 일회성이 아니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도 서울 영등포 · 구로경찰서장,인천경찰청 수사과장,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등 4명을 추가경질했다. 이는 "일선 경찰은 도대체 뭐하는 거냐"는 비판여론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진화하고 있는 조폭의 행태로 미뤄 성과는 미지수다.

◆뒤늦게 초강경 대응…왜?

조 청장의 발언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조폭 난투극,장례식장 비리의혹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경찰의 자세를 다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일선의 반응은 냉담하다.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은 무슨 일만 벌어지면 경찰서장을 날리고 감찰을 하곤 한다"며 "인천 사건은 경찰이 할 말 없는 일이지만 이런 식의 뒷북 대응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초강경 대응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수사주체로 우뚝 서려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7월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되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은 인정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던 검 · 경 갈등은 수사지휘권 세부안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번졌다. 경찰이 공권력의 상징으로 각인되지 않으면 어렵게 확보한 수사개시권마저 뺏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이유다.

◆진화하는 조폭…'조폭전쟁' 효과낼까

경찰은 자체 관리 중인 조폭 5451명의 생계수단부터 파악할 방침이다. '전통적인 조폭'이 피비린내 나는 구역다툼을 일삼았던 반면 최근 급증하는 '지능형 조폭'은 합법적인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거나 합법성을 가장하는 등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조폭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경찰이 관리 중인 조폭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검거 실적은 해마다 떨어져왔다. 경찰은 2009년 조폭 4645명을 검거한 반면 2010년에는 3881명을 검거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706명을 검거했을 뿐이다.

여론에 떠밀려 조폭 전쟁에 나섰지만 뚜렷한 범죄사실 없이는 제대로 단속,검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조현오발(發) 조폭 소탕' 결과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